▲제규가 만든 떡갈비금요일 저녁에 실컷 텔레비전 보고 스마트폰 할 수 있는데 떡갈비를 재었다. 식당에서 파는 것처럼 맛있게 되지 않았다고, 제규는 자체평가를 했다.
배지영
"제규야, 식당에서 파는 떡갈비처럼 할라면 고기를 많이 두드려야 해. 전분을 써서 접착성도 높이고.""다 하긴 했어요. 근데도 그 맛이 안 나. 아직은 사 먹는 게 낫겠어요."제규가 좋아하는 식당의 떡갈비는 1인분에 2만 1000원이다. '육식인' 이니까 혼자서 5인분도 거뜬하게 먹는다. 툭 하면, "우리 떡갈비 먹으러 가요"라고 말했다. 우리 식구는 자주 갔다. 제규가 고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만. 스스로 장 보고 음식을 하면서는 달라졌다. 살림 고수 주부들처럼 "사 먹는 건 다 비싸요"라고 한다.
한편, 제규의 예언대로 지현은 미용실에 갔다가 은행에 들러서 집으로 갔다(지현은 어린 제규를 데리고 미용실, 은행, '초록마을'에 다녔다. 단둘이 그 이상을 가 본 적 없다). 제부는 현관 앞에 나와서 지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1년 365일 중에 딱 그 시간만 비웠는데 부재중 전화 19통. 뜻하지 않게 조카와 남편을 애타게 만든 지현은 머쓱했다.
"나 지금 갈게."밥을 다 먹어 가는데 지현이 보낸 문자가 왔다. 제규는 "으악, 어떻게 해요? 이모 줄 떡갈비 별로 없는데, 뭐라도 해야겠어요"라고 했다. 일어나서는 밥상을 걷고, 새로 접시를 꺼내서 반찬을 따로 담았다. 나는 밥을 덜었다. 그때 지현이 우리 집에 왔다. 제규는 청소년 특유의 웅얼웅얼 말투를 썼다. 해석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이모, 그릇도 식당이랑 비슷한 느낌 나게 차린 거예요. 부추 무침도 할라고 했는데 못 샀어요. 그렇게 맛있지는 않아요. 근데 다음에는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식탁에 앉은 지현은 수저를 들지 않았다. 우량아로 태어나서 청소년기부터 줄곧 다이어트를 해온 그녀는 "입맛 없다"는 말의 실체를 몰랐다. 몇 년 전부터야 "입맛이 쓰다"는 게 괴로운 일이라는 걸 알았다. 그러나 조카가 한 음식은 기쁘게 먹어왔다. 지현은 제규 눈치를 살폈다. 만세! 제규는 친구들이랑 만날 시간이 다 됐다면서 잽싸게 나갔다.
토요일 한낮, 더위에서 기분 나쁜 물기가 감지되었다. 밥 먹었는데도 처졌다.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 꽃차남은 쾌활했다. 어디든 나가자면서 블록 통을 꺼내 와서 쏟았다. 색종이 뭉치를 한꺼번에 펼쳤다. 우리 집에 있어봤자 지현은 좋은 꼴 못 본다. 깔끔한 그녀는 청소를 하려들겠지. 나는 지현에게 남은 떡갈비와 새로 한 밥을 싸주면서 집에 가라고 떠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