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례반대캠프할례를 피해 도망나온 소녀들이 우기를 보내는 캠프에서, 성기절제에 대해 배우고 있다.
인디스토리
김효정 감독을 비롯한 촬영 스태프들은 3년 동안 두 번의 우기를 소녀들과 함께 보냈다. 첫 해에 혼자 도망친 소녀가 이듬해 동생과 함께 캠프로 온 것을 봤지만 묵묵히 기록하는 것 외에 달리 손 쓸 도리가 없었다.
"현지 조사를 하고 출발 전에 뭘 챙겨갈지 고민이 많았어요. 카메라 두 대와 장비를 제외하고 안 입는 옷들을 최대한으로 챙겨갔어요. 아이들하고 장터에 나가 옷을 팔아서 옥수수가루와 설탕, 빨래비누같은 생필품을 사줬어요. 열악한 기숙학교에서 한 달을 지내면서 돈을 아껴서 아이들 증명사진을 찍어서 인화해서 나눠주기도 했고요. 수료식 날 졸업사진을 선물한 셈인데 뿔뿔이 흩어지던 친구들의 표정을 잊을 수 없어요."사막을 가로지르다 만나게 된 소녀들영화를 만드는 일에 몰두하던 김 감독은 '사막'이란 공간에서 전환을 맞았다. 연출부서가 아니라 제작팀 스태프로 잔뼈가 굵은 그는 영화 <무사>(2001) 촬영을 끝낸 후 운명처럼 '사막 레이스'를 접했고 네 개의 사막을 가로지르며 자신의 한계를 시험했다.
아시아 여성 최초의 '그랜드 슬래머'라는 영예를 안았지만 영화 <데저트 플라워>(2009)를 통해 사막에 사는 사람들 삶에 눈뜨게 된다. 할례를 피해 도망친 유목민의 딸로 세계적인 톱모델이 된 '와리스 디리'의 실화를 다뤘다. 사막 주변의 척박한 땅에서 사는 사람들, 특히 젊은 여성에 대한 부채감은 그를 케냐까지 가서 직접 영화를 찍어 감독이 되도록 이끌었다.
"17년 동안 상업영화계에서 일했고 프로듀서로 감독을 보조하는 일을 해왔어요. 이 프로젝트도 따로 감독이 있었는데 어느날 저에게 직접 연출하는 게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연출을 해본 적이 없었지만, 이 문제는 제가 나서서라도 결과물을 내야 했어요. 영화를 완성한 지금도 상업영화 프로듀서와 다큐멘터리 감독이라는 길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어요. 관객분들이 공감해주시는 것만도 감사하고, 시간이 지나서 어떤 문제에 행동하는데 밑거름이 된다면 감사할 것 같아요." 촬영은 2010년부터 2012년 초까지 150일 동안 이뤄졌고, 그만큼 엄청난 촬영분량과 싸워야 했다. 영화화되도록 마음을 모아 힘쓴 스태프들 때문에라도 도중에 포기할 수 없었지만, 6년이라는 시간은 숱한 시행착오와 제작지원에서 떨어지는 일로 점철되었다. 그 사이에 감독을 인터뷰했기에, 장편 다큐가 얼마나 힘들게 만들어지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