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 꽃동산에 있는 야생화 사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섬초롱, 복주머니란, 반잎둥글레, 목단, 백작약, 하얀금낭화와 금낭화
고영준
이상범님은 이렇게 모은 귀한 꽃들을 주위 사람들에게도 기쁜 마음으로 나누신다. 수목원들에 야생화를 기증하기도 했고, 남양주교육지원청 부탁으로 초등학교들에 할미꽃 100포기씩 나누기도 했다.
과천시에서 공원을 조성한다며 그를 찾아와 야생화를 얻어가기도 했다. 청량1리 마을회관 주변을 장식하고 있는 꽃길도 그가 기증한 작약 2000포기로 꾸며진 것이다.
그가 나눈 꽃을 받아서 정성껏 키우는 이들을 보면 신이 나는데, 요즘 꽃가게만 가도 꽃을 손쉽게 구할 수 있어서 그런지, 어렵게 준 것을 함부로 방치하는 경우를 보면 안타까울 때도 있다고 한다.
"사람이 돈 주고 산 것은 쉽게 함부로 대하는데, 자기가 애써서 키운 것은 대하는 태도가 다르지요. 그런 사람한테 꽃을 나눠줘야 저도 신나죠."마을에서 땅을 가꾸는 농부로삶을 절망케 했던 사건으로부터 7년이라는 시간과 야생화는 그를 회복시켰다. 이제 하나씩 태어나는 손주들을 보게 되면서, 손주들이 산에서 개울에서 마음껏 뛰놀고, 예쁜 꽃들도 보고, 개구리도 잡고 하는 경험을 하면 좋겠다 생각해서, 서석면 청량리로 왔다.
산골짜기 바로 아래에 집을 짓고 야생화를 심어 산에 퍼뜨리고, 산에서 절로 내려오는 물로 연못도 만들고, 가족들이 함께 먹을 작물도 건강하게 키우고 있다.
"예부터 내려오는 말로, 참된 농부는 땅을 가꾼다는 말이 있는데, 자연적으로 땅을 옥토로 만들어야 작물도 좋아지는 법이죠. 그래서 나는 이렇게 땅을 가꾸는 게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