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리뷰
[박주선] 요즈음 우리나라 여성의 사회진출이 많아지면서 지위가 높아지고 인권이 신장되어 가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 비하, 혐오 분위기는 오히려 과열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여성은 비난의 대상이 되기 십상입니다. '김여사', '김치녀', '된장녀'. 많이 들어 보았을 것입니다.
'김여사'는 운전을 잘 못하는 여성을 지칭하고, '김치녀'는 금전적으로 남성에게 의존하려는 여성을 뜻하며 또 '된장녀'는 분에 넘치게 사치하는 여성을 뜻합니다. 모두 여성을 차별하며 인격을 깎아 내리고 있는 표현입니다.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ㅇㅇ녀'라는 제목 하에 여성에 대한 모멸성 글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똑같은 잘못을 저질러도 여자만 'ㅇㅇ녀'라 칭하며 화제가 되고 조롱과 비난의 대상을 삼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된장녀, 김치녀를 비롯한 김여사 등은 근거 없이 여성을 네이밍해서 조롱하고 혐오를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치녀, 된장녀라고 불리는 표현에 의문을 제기하고 싶습니다. 값비싼 가방을 들고 5천 원 하는 커피를 마시는 것이 과연 비판받을 일인가요?
남성들은 술자리에서 수십, 수백만 원을 씁니다. 하지만 남성이 범주화되어 비판받는 일은 드뭅니다. 애초에 김치녀, 된장녀는 없습니다. 가부장적인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프레임을 덧씌울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여사 또한 여간 듣기 불편한 단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여성은 운전이 서툴 것이라는 편견 하에 여성 운전자들은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무시 받고 차별받아 왔습니다.
운전이 서툰 여성들을 김여사라고 통칭하는데 최근 들어서는 운전이 미숙한 운전자들을 근거도 없이 모두 김여사라고 조롱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여성을 비하하는 성차별적인 용어라는 것을 인지조차 못하고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세태가 안타깝습니다.
한 달 전 쯤 페이스북에 올라온 영상 하나가 '인도 위를 달리는 김여사'라는 내용으로 수많은 '좋아요'와 댓글이 달리며 이목을 끌었습니다. 제보자가 멀리서 인도위를 주행하는 소형차를 촬영한 짧은 영상이었는데, 김여사라고 비난하며 올린 그 영상은 운전자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전혀 알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댓글에서 많은 사람들이 "역시 김여사"라고 하며 조롱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운전자가 남자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김여사라고 조롱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김여사라는 성차별적인 단어 사용을 하지말자"라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그러자 순식간에 저의 댓글을 향한 대댓글이 수백여 개가 달리며 그 속에는 '보슬아치' 등 글 내용과 무관하게 저를 비판하는 욕과 함께 여성 혐오 내용이 난무했습니다.
성별이 운전 실력을 좌우하나?근거 없이 김여사라 비난하는 사건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대전역 앞 차도에 차를 세워 많은 시민들에게 불편을 줬던 '무개념 차주' 사건이 알려졌습니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를 두고 해당 차주의 성별이 여성일 것이라 짐작해, 여성 운전자들을 비하하는 단어인 '김여사'를 사용하며 비난했습니다.
또한 "집에서 솥뚜껑이나 운전해라" "여자들은 믹서기나 밥솥, 세탁기 정도나 만지고 집안 살림이나 해라" 등의 날선 비판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경찰관이 해당 게시물에 당시 상황을 증언하는 댓글을 달며 상황은 역전되었고 대전역 무개념 주차 사건의 장본인은 남자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과연 모든 여성들은 운전에 소질이 없을까요? 10년 운전한 여성과 갓 면허를 따고 운전을 시작한 남성 중 누가 운전을 더 잘 할까요? 당연히 10년 경력의 여성 운전자일 것입니다. 운전 실력은 성별이 아닌 경력의 차이입니다.
극단적으로 운전을 못하거나 주차 실수를 한 여성들의 사례 몇 가지로 전체 여성을 일반화하며 조롱하고 그를 넘어서 운전이 미숙한 모든 운전자들을 근거 없이 김여사라고 통칭하며 비난하는 것은 매우 부당한 일입니다.
이처럼 세계적인 남녀평등의 흐름과 달리 우리나라 여성은 여전히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불평등을 일상으로 마주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양성 평등이란 말은 지겨울 정도로 되풀이 되고 있지만 이는 무의미한 메아리로 느껴질 정도로 현실의 개선은 더딥니다.
법적, 제도적 보완도 중요하지만 사회 전반의 인식 제고가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심코 사용하는 양성평등을 저해하는 사소한 표현부터 고쳐 나가는 게 어떨까요?
여자라서 내 자신이 원망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