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서울지하철 2호선 선릉역내 은성PSD(서울메트로 하청업체,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강남사무소에서 만난 이근준, 박휘건씨.
권우성
- 사고가 일어난 것은 언제 알았나."(이) 당일 바로 알았다. 사고가 오후 5시 57분에 났는데 6시에 팀장한테서 전화가 오더라. 나는 그날 휴무였지만 마침 구의동에 살아서 바로 가봤다."
- 가보니 어떤 생각이 들었나."(이) 마음이 좀 그렇더라."
"(박) 전부터 그 친구가 아니라도 언젠가는 사고가 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아는 사람이 사고 날 수도 있었는데, 그 친구는 강북사무소 소속이라서 아는 사이는 아니었다."
- 사고가 날 수 있다고 하는 생각은 왜 들었나."(박) 예전에 3호선에 있는 한 역에서 스크린도어 안쪽에서 작업하고 있었는데, 전광판에는 분명 열차가 없었는데 열차소리가 들리더라. 안전하게 나오긴 했지만 아찔했다. 전광판만 믿고 들어갔는데 출퇴근시간에만 운행하는 차가 중간에서 갑자기 들어와서 사고가 날 뻔한 거다."
- 작업하는 사람도 일반 승객들이 보는 그 전광판을 보고 일하나."(박) 그렇다."
- 열차가 들어오면 피할 수 있는 공간이 하나도 없나."(이) 없다. 철로에 내려가면 벽쪽에 '개구멍'이라고 부르는 숨을 공간이 있긴 하다."
- 숨진 김군은 왜 개구멍으로라도 피할 수 없었을까."(이) 열차는 10-4지점부터 들어오는데 9-4지점에서 작업하고 있어서 미처 피할 시간이 없었을 것이다."
"(박) 열차를 봤어도 몸이 굳었을 수 있다."
"(이) 열차가 바로 앞에서 불빛 켜고 오니까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 못 피했을 수 있다."
- 보통 열차가 두 정거장 전에 있을 때 들어가나."(박) 두 정거장 전에 아직 출발 안 했을 때 들어간다. 그래서 보통 약 4분의 여유는 있는데 당시는 퇴근시간이라서 배차시간이 짧았을 것이다. 배차간격이 1분이 안될 때도 있다."
- 이 사고는 왜 일어난 거 같나."(박) 추측은 할 수 있으나 정확한 건 사고 당한 당사자만 알 수 있다. 상황은 당사자만 아니까."
"수리중 휴대폰 사용했다? 말도 안된다"- 김군이 수리하는 중에 휴대폰으로 통화했다는 오보가 있었다."(박) 말이 안 된다. 한 손에는 센서를 닦는 걸레가 있어야 하고, 다른 한 손은 문을 잡고 몸을 지탱해야 한다. 그러니까 휴대폰을 들고 있을 수가 없다."
- 문 어디를 잡나."(이) 아무 데나 잡히는 것을 잡고 있어야 한다."
- 스크린도어 고장 중 가장 많은 게 센서 고장인가."(박) 그렇다. 센서에 들어간 이물질을 닦아주러 들어가는 것이다."
- 그거 하는 시간이 보통 몇 분 걸리나."(박) 1-2분."
- 김군의 가방에서 컵라면이 나왔는데, 여러분도 보통 갖고 다니나."(둘 다) 아니다."
- 그럼 김군은 왜 갖고 다녔을까."(박) 진짜 밥을 못 먹어서 그랬을 수도 있고 간식용일 수도 있다. 그것도 당사자만 알고 있을 것이다."
- 실제 바빠서 식사를 못하는 적이 많나."(이) 바쁠 땐 3일 연속으로 못 한 적도 있다. 점심은 괜찮은데 저녁 퇴근시간 때가 문제다."
- 출퇴근시간 때 고장이 많이 나나."(박) 타고 내리는 사람이 많으면 스크린도어도 열고 닫는 횟수가 많으니까 고장도 많을 수밖에 없다."
- 지금은 어떻게 일을 하고 있나."(박) 지금은 무조건 2인1조로 하고 있다. 메트로 전자관리소에서 나와 입회를 해야 작업을 할 수 있다."
- 만약에 2인1조였으면 이런 일이 안 일어났을 거라 생각하나."(박) 아무래도 안 일어났을 확률이 높을 것이다. 한 명이 같이 있으면 잡아서 꺼내줄 수도 있고 말해줄 수도 있으니까."
- 2인1조가 최선의 방법인가."(박) 아예 선로 안으로 안 들어가게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그러나 지금은 센서가 안에 있으니까..."
- 센서가 안이 아니고 밖에 있으면 되지 않나."(박) 안쪽에 사람이 끼면 센서가 감지하고 열려야 하는데, 사람이 안쪽에 끼지 바깥에 낄 일은 없잖나. 열차랑 문 사이에 사람이 갇힐 수도 있으니까."
- 열차와 센서를 연동해 스크린도어가 열려있으면 열차가 못 들어오게 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던데."(이) 도시철도는 그렇게 한다는 얘기 들었다."
"(박) 그러나 그 시스템도 고장날 수 있으니까 완전히 믿을 수는 없다."
- 사고 난 뒤 부모님 반응은."(박) 걱정 많이 하신다. 하필이면 그렇게 위험한 일을 하느냐고, 다른 일 하라고 하시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