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오마이뉴스>와 만난 김관홍 잠수사의 모습.
이희훈
내가 힘들어 죽겠다고 하면 형님은 오래 살아서 진상규명 꼭 해야 한다고, 형님은 슈퍼맨이라고 말해놓고는…우리 복수하자고 했잖아. 세월호에서 아이들을 구조하지 않은 놈들, 지금도 사람 목숨보다 돈 먼저 챙기는 놈들, 제 잇속 챙기느라 다른 사람들 고통에 몰아넣는 놈들에게, 그런 세상에 멋지게 복수하자고 했잖아, 그럴려면 건강해야 한다고, 술 그만 먹고 건강부터 회복하자고 했을 때 넌 약속했다.
"예 형님, 알겠습니다." 너의 그 밤톨 같은 머리부터 생각난다. 한밤중에 술 취한 목소리로 전화할 것 같다.
"형님은 아시죠? 우리 잠수사들 뭐 바라고 간 게 아닙니다. 잠수사니까 갔고요, 가서 아이들 하나둘 건져 올렸어요. 우리 잠수사들은 아내고, 아이고, 안아주지를 못해서 오해도 받아요."
예쁘기만 한 아이들도 안아주지 못할 정도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데, 이 정부는 잠수사들에게 너무 잔인했다. 그 억울함을 풀려고 발 벗고 나서고, 목숨 바쳐서 진상규명하겠다고 했다, 너는.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고단한 삶 속에서도 박주민 선거운동에 발 벗고 나섰던 너, 생계를 잃은 잠수사들 수중 안전 교육하도록 도와 달라고 했던 너, 그걸 위해 여기저기 부탁하고 다니던 내게 고맙고 미안하다던 너, 선거 때 만난 이들과 은평에서 일해 보겠다고 하던 너였는데…. 세월호 참사의 책임자들은 하나도 책임지는 놈들 없는데 너만 가고 말았구나. 이건 정말 아니다.
아직 아빠의 죽음을 실감하지 못하는 세 아이들, 그리고 너의 곁에서 마음 아파했던 그 아내를 보니 마음이 찢어진다. 네가 가족들에게 가졌던 그 미안함을 내가 아는데, 차마 두고 떠나지 못할 식구들이었는데, 너는 가고 말았구나, 미안하다, 지켜주지 못해서, 너의 곁에 있어 주지 못해서, 네가 술 한 하자고 매달릴 때 흔쾌히 술자리를 했더라면 조금은 덜 했을 텐데, 다음으로 다음으로 미루다가 결국 이런 지경이 되고 말았다.
이젠 하늘에서 응원해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