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모붓다사호랑이의 전설이 전해지는 나모붓다사에는 600여 명의 스님들이 정진하고 있다. 한국스님도 한 분 계시다고 한다.
강명구
아주 오랜 옛날, 그러니까 부처님이 태어나기도 훨씬 전에 이 지역을 통치한 왕에게 현명하고 자비하며 용맹스럽기까지 한 마하사티와라는 왕자가 있었다. 어느 날 왕자는 왕궁 밖을 거닐다가 병들고 허기진 어미 호랑이를 만났다. 어미 호랑이는 새끼를 낳고는 병이 들어 사냥을 못해 젖이 말라들어 새끼들도 거의 죽게 생겼다.
호랑이는 왕자에게 눈물로 호소하였다. "당신의 팔을 하나 잘라주면 나와 우리 새끼들이 목숨을 건질 수 있습니다." 왕자는 말했다. "내 팔 하나 없어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 그래 내 팔을 하나 주겠다." 왕자는 칼을 뽑아 자신의 팔을 잘라 호랑이에게 주었다. 왕자의 팔 하나를 먹은 호랑이는 생기를 찾을 수는 있었지만 그것으로 새끼들을 구할 수는 없었다. 호랑이는 다시 부탁을 하였다. "당신 몸을 다 주면 당신은 그 업보로 훗날 부처가 될 겁니다." 자비심이 넘치는 왕자님의 시선은 어미 옆에서 굶주려 죽어가는 일곱 마리의 새끼 호랑이를 향하고 있었다.
호랑이에게 몸을 던진 왕자가 부처님의 많은 전생 중의 하나라는 전설이다. 인간과 짐승을 가리지 않고 자기의 목숨까지 아끼지 않는 삼라만상에 대한 무한한 자비와 보시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전해들으며 가슴이 따뜻해지는 걸 느낀다. 나모붓다사 앞에는 커다란 호랑이 상이 있다. 슬픔에 잠긴 왕이 시신 위에 돌탑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 순간 히말라야를 배경으로 탑 하나가 연꽃처럼 피어났으니 그것이 스투파이다.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은 육신의 눈으로 보니 탑 뒤로 보이는 히말라야가 더욱 청정하게 보인다.
사찰을 나와 한적한 산길을 걸어본다. 저만치 염소먹이 꼴을 담아갈 망태기를 이고 가는 산골마을 처녀들의 얼굴이 히말라야 위의 하늘처럼 맑고 깨끗하다. 그 하늘에 사슴 같은 눈망울이 담겼다. 도제스님이 달려가 기념사진을 찍고 가지고 가신 우산을 그녀들에게 건네며 우산 속에서 다시 사진을 찍으시는데 추억 속의 명화 '쉘브르의 우산'의 포스터처럼 낭만적인 사진이 나왔다. 난 그 사진의 제목을 '스님과 꼴베는 소녀'로 짓고 싶었다.
다시 한참 더 내려오다가 음악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우리의 몸은 자석에 이끌리듯이 빨려가고 있었다. 입구에 학교 창립 40주년 기념이란 표어가 붙어있었다. 어른 아이 합쳐 100여 명이 모여 있고 조그만 무대가 마련되어 앞에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백댄서들이 그 뒤에서 몸을 흔들었다. 처음 우리들은 옆에서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순식간에 모인 사람들의 눈과 귀가 우리를 향한다. 느닷없이 나타난 외국인들의 어색한 몸짓에 처음에는 호기심 반 낯설음 반이었던 것이 금방 우호적인 박수와 환호가 나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