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2016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이희훈
보수 개신교계는 오랫동안 성소수자를 불경시해 왔습니다. 그래서 이 같은 혐오 경향은 새삼스럽지 않습니다. 문제는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배제가 최근 들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6월 퀴어축제 당시 보수 개신교계는 총동원령을 내리다시피 했습니다. 특히 퀴어 축제 마지막날 있을 행진을 저지하기 위해 보수 기독교계 연합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과 한국교회연합(한교연), 그리고 국내 최대 교세를 지닌 보수 장로교단인 예장합동과 예장통합 등이 연합전선을 구축했습니다.
올해 퀴어축제반대집회에서도 여의도순복음교회, 새에덴교회, 연세중앙교회 등 내로라하는 대형교회들이 앞장서 나섰습니다. 이에 앞서 채영남 예장통합 총회장은 5월 목회서신을 통해 "동성애는 신앙의 관점에서 양심적으로 하나님 앞에 회개하고 돌이켜야만 하는 하나의 죄악"이라고 규정하고 나섰습니다.
보수 개신교가 성소수자 혐오를 조장하는 이유에 대해 <오마이뉴스>는 12일 자 기사에서 "이들(보수 개신교) 눈에 도통 퀴어(성소수자)라는 존재들은 정상 가족을 이룰 구석이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이 같은 진단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전 여기에 한 가지 현실적인 요인을 더 추가하고자 합니다. 바로 개신교의 교세 위축입니다.
지금 각 교회를 막론하고 개신교계엔 위기감이 팽배합니다. 이대로 가다간 소수 종교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통계만 보아도 교세 위축은 뚜렷이 드러납니다.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은 "2002년부터 2008년 사이 폐업한 교회의 수는 매년 1300개 이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가장 최근의 통계를 살펴보겠습니다. 2014년을 기준으로 예장통합은 전년대비 1619명, 고신이 8315명, 기장 7898명, 합신 2347명의 신도가 교회를 떠났습니다. 무엇보다 국내 최대 장로교파인 예장합동의 감소세가 두드러집니다. 이 교단 교인수는 2014년 기준 전년 대비 13만여 명이 감소했습니다. 1년 만에 신도수 10만 명 이상인 대형교회 하나가 사라졌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교세 위축에 혐오로 맞서다 보수 개신교가 교세 위축 현상에 내놓은 해결방안은 혐오입니다. 즉, 성소수자를 향해 혐오를 확산시켜 세결집을 노린다는 말입니다. 이 같은 성향은 뿌리깊습니다. 독재정권 시절, 보수 개신교는 반공주의의 첨병 역할을 자처했습니다. 이들이 내놓은 반공 구호는 정권에 반대하는 모든 정치, 시민, 사회단체에 대해 적대감과 혐오를 부추기는 내용 일색이었습니다. 그러다 반공주의가 갈수록 힘을 잃어가자 대상을 성소수자, 그리고 이슬람으로 돌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사실, 개신교의 교세 위축은 자업자득의 성격이 강합니다. 최근 몇 년 사이 ▲ 변태적인 성추행 행각 ▲ 공금횡령과 논문표절 ▲ 백억 원 대에 이르는 배임 ▲ 변칙적인 교회 세습 ▲ 천억 원 대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 목회자들의 범죄가 언론을 통해 심심찮게 불거져 나왔습니다.
보수 개신교계가 성소수자 혐오를 정당화하는 명분 중 하나가 올바른 성문화 확립입니다. 만약 이 같은 목적이라면 목회자가 여성도를 대상으로 자행하는 성폭력에 대해 단호한 목소리를 내야 정상입니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교단이 한 통속이 돼 성범죄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준 일이 버젓이 벌어지는 게 지금 한국교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