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이 정부의 온실가스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임국정
우리나라 1인당 석탄소비량은 세계 5위이며, 국내 전력 생산량 중 석탄 발전이 39%를 차지한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매연과 함께 미세먼지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도 대거 배출된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지난해 발표한 '2015 국가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국내 온실가스 총배출량의 87%가 에너지 분야에서 나왔고 그중 발전분야가 45.7%, 발전분야의 온실가스 중 68%는 석탄발전소에서 나왔다. 오 사무총장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일은 동시에 미세먼지를 줄이는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기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국은 지난 2013년 66%였던 석탄 에너지 비중을 오는 2020년까지 62% 이하로 줄이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집권 공산당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보고 총력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오 사무총장은 "중국은 석탄 광산 1000개의 문을 닫고 있다"며 "물론 자국 광산은 닫고 몽골 같은 곳에서 석탄을 가져오는 꼼수가 있지만, 적어도 자국 내 석탄 소비량을 줄이겠다는 의지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중국이 줄이는 석탄발전소 우리는 계속 증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석탄화력발전소를 계속 늘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7월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5~2029년)을 발표하면서 2029년까지 18조 원을 투입해 석탄화력발전소 20기를 더 짓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석탄발전소는 모두 53기로, 지난 3일 정부가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에 따라 노후 석탄발전소 10기를 닫는다고 하더라도 2029년이면 총 63기가 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1인당 석탄소비량은 세계 3위로 올라간다는 게 오 사무총장의 설명이다.
"청정석탄화력발전소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클린디젤과 같은 사기라는 거죠. 세상에 클린 석탄은 없습니다. 그런 게 있었다면 다른 국가들도 당연히 투자하고 있을 것입니다. 기존 화력발전보다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키면서도 고효율인 청정석탄화력발전 기술을 가동한다고 해놓고 (해당 발전소에) 감사원이나 높은 분들이 갈 때만 켭니다. 안 가면 꺼버리죠. 그것을 알려면 당진이나 보령 화력발전소 근처에 사는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됩니다. 그 지역에서 빨래를 널면 새카매지고 폐암환자 발생률은 다른 곳보다 몇 배나 높습니다."그는 노후 화력발전소는 없애고 기존의 화력발전소는 단계적으로 축소하며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20개 설립안은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청정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자력발전에 대해서는 "위험한 에너지"라고 잘라 말했다. 덧붙여 미국은 실리콘밸리의 기술 개발로 원자력보다 태양광 가격(전력생산단가)이 더 떨어졌는데, 한국은 기술개발을 그만큼 하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돌멩이가 없어서 청동기로 바뀐 게 아니고 말이 없어져서 마차에서 자동차로 전환된 게 아니듯, 석유와 석탄이 고갈됐기 때문에 청정에너지 시대로 가는 게 아닙니다. 태양광과 풍력이 훨씬 싸지고 있습니다. 전력원을 태양광과 풍력으로 바꿀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오 사무총장은 국내 전력 생산량 중 30%를 차지하는 원자력발전은 국토의 2%에만 태양광을 설치하면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핵심기술을 해외에서 사와야 하지만, 지금이라도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 따라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죽어가는 중공업 위주의 산업을 살리는 데만 관심이 있습니다. 기득권 때문에 변화가 안 되는 것이죠. 시대가 바뀌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합니다."발전소 늘릴 생각 말고 에너지 수요를 줄여야 오 사무총장은 지금 우리나라에 필요한 것은 '에너지 공급 확대'가 아니라 '에너지 수요 억제'라고 강조했다. 지나치게 많이 쓰고 있는 것을 줄여야지 공급을 늘리는 것으로만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 지난해 유엔기후변화협약 파리총회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탄소배출전망치(BAU) 대비 37% 줄이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오 사무총장은 "한국 정부와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계획을 전혀 안 세웠다"고 꼬집었다. 기업들이 스스로 탄소배출을 줄이려 노력하기보다, 세금을 들여 해외에서 배출권을 사오도록 압박한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이와 관련, 국내 기업들이 쓰는 산업용전기 가격은 생산원가에 못 미치고 중국보다도 싸서 전력 낭비를 부추기지만, 정부와 한국전력은 가격을 올려 에너지 효율화를 유도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오 사무총장은 또 기후변화 대응을 추진할 부처가 힘을 가져야 하는데, 지난달 17일 부처 간 업무 조정에서 환경부의 힘이 오히려 빠졌다고 비판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이 기후변화정책 컨트롤타워가 되면서 환경부 소속이었던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국무조정실로 이관되고 환경부가 담당하던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정책이 기획재정부로 넘어갔다.
오 사무총장은 "온실가스 컨트롤타워는 국무조정실이 아닌 환경부여야 하며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도 다시 환경부가 찾아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돈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환경부가 정책 기준을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산자부나 기재부는 기업편"이라며 "환경부에서 기재부로 온실가스 배출 규제 권한이 넘어가면서 할당에 의해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 기업이 정부와 흥정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