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경기도 과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과 정진석 원내대표 등이 참석한 '2016 새누리당 정책워크숍'이 열렸다.
이희훈
"지금 이 순간부터 새누리당은 계파라는 용어를 쓰지 않을 것입니다."
새누리당이 10일 발표한 '계파 청산 선언문' 중 일부 내용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경기도 과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16 새누리당 국회의원 정책워크숍'을 마무리하며 이를 낭독했다.
"혁신과 화합만이 살 길이라는 결연한 각오로 이 자리에 섰다"로 시작하는 낭독문은 "분열과 작은 정치를 넘어 '대통합의 정치'를 실현해 나갈 것", "국민만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일하겠다", "말뿐인 약속이 아니라 결과와 행동으로 보여드리겠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또 "국민의 총의를 모아 박근혜 정부의 성공과 정권재창출을 반드시 이뤄낸다"로 마무리됐다.
이번 총선 참패 원인으로 지목된 당내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갈등에 따른 '공천파동'과 같은 사태를 다시 초래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그러나 그 진정성은 확인하기 어려웠다. 새누리당은 이날 계파 청산을 말하면서도 그 배경이 된 공천파동 책임을 따지지 않았다. 또 총선 직후 여러 번 제기됐던 유승민·윤상현 등 무소속 탈당파의 복당 문제도 논의하지 않았다. 즉, 계파 갈등이 재연될 게 뻔한 '뇌관'은 그대로 둔 채 계파 청산을 천명한 셈이다.
새누리당의 계파 청산 선언이 사실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토론 한 번 없이 계파 청산 선언? 진짜 관심은 '자리 싸움' 새누리당은 이날 계파 청산 등과 관련된 토론을 진행하지도 않았다. 1시간 30분 동안 의원끼리 조를 나눠 진행한 분임토의 주제 역시 ▲교육·복지 ▲주거·환경 ▲안전 ▲일자리·경제 ▲미래먹거리 ▲청년·소통 ▲외교·안보 등이었다. 결과적으로 탈당파 복당이나 계파 청산 등 당과 정치혁신 문제를 거론할 수 있는 자리 자체가 없었던 셈이다. 자연히 그에 따른 후속조치보다 당위성에만 기댄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의원들의 관심이 다른 곳에 있었다. 20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짜이면서 8개로 줄어든 여당 몫 상임위원장을 두고 후보자들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 것이다.
현재 새누리당에서는 3선 의원 22명과 상임위원장 경험이 없는 4선 의원 2명 등 총 24명이 상임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위원장 임기가 통상 2년인 점을 감안하면 이 중 20대 국회에서 단 한 번도 상임위원장을 맡지 못하는 의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또 오는 13일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가 열리는 만큼 이번 워크숍이 마지막 '교통정리' 기회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의원들은 이날 워크숍 현장 곳곳에서 삼삼오오 모여 상임위원장 문제를 논의하는 등 물밑 신경전을 치열하게 벌였다. 분임토의 이후 예정된 다큐멘터리 <태양 아래> 상영 행사 땐 아예 정진석 원내대표와 중진의원들이 따로 나와 비공개로 논의를 이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교통정리는 안됐다. 상임위원장 임기를 1년으로 단축하는 등 최대한 많은 의원이 위원장직을 맡을 수 있도록 배려하자고 공감대를 모았지만 구체적인 방법과 순서에 대해선 결론을 못 내렸다. 정 원내대표는 "전반기 상임위원장 임기를 1년으로 하고, 후반기 위원장 임기를 2년으로 하자는 결론을 내렸느냐"는 질문에 "3선 이상이면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자율적으로 (하기로 했다)"라면서도 "오늘 안에 결론은 안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향후 새누리당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7월 말에서 8월 초 전당대회를 치를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지난 총선 공천파동 문제와 계파 갈등, 탈당파 복당 문제는 재차 불거질 수밖에 없다.
특히 유승민·윤상현 의원 등의 복당 문제를 두고선 계파 간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친박계는 "(새 지도부에 의해) 복당문제도 처음부터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전대 후 복당 논의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비박계에서는 혁신을 얘기하기 위해선 복당 문제부터 선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천파동 책임 문제를 두고도 갈등이 예상된다. 앞서 혁신위원장으로 내정됐다가 친박계의 조직적 반발로 물러난 김용태 의원이 당시 '참패 원인을 제공한 인사들에 대한 제명·당원권 정지 등 강도 높은 징계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의 '혁신 메모'를 작성해 당 안팎 인사들에게 돌린 점도 뒤늦게 밝혀졌다.
'현재진행형' 계파갈등 유야무야 덮은 결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