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 조례, 학생 절반은 아직 잘 몰라

학생 체벌, 두발·복장규제, 자율학습 강제 등 학생 인권 침해 사례 여전

등록 2016.06.13 09:54수정 2016.06.1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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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모 사립고 교사가 제자 얼굴이 부어오를 정도로 뺨을 때리고 야구방망이로 학생을 체벌하는 등 폭력을 가한 정황이 발각됐다. 가해 교사는 체벌 후 "계엄령을 내린다", "교실에서 일어난 사실을 알리지 말라"는 식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 머니투데이 보도

서울 시내 한 사립 고등학교의 체육 교사 A씨는 최근 2학년 체육수업 도중에 학생 B양이 말대꾸했다며 들고 있던 배드민턴 채로 수차례 B양의 몸을 때렸다. 이어 B양을 교무실로 부른 A 교사는 얼굴과 머리 등을 손으로 때리고 욕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B양은 팔과 이마 등에 멍이 들고 정신적인 충격을 호소하고 있다. - 연합뉴스 보도

9일 언론에 크게 보도된 것처럼, 학생인권조례가 시행 중인 서울지역 학교에서도 공공연하게 체벌 등 학생인권 침해가 일어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학생 체벌, 두발·복장규제 등 학생 인권 침해 사례 여전

서울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서울지역 초·중·고교생 중 절반 정도는 조례가 있는 것도 모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학교 현장에서 학생 인권 침해 사례 및 학생 자율권 침해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생 체벌과 두발·복장 규제, 자율학습 강제 등이 국공립보다 사립학교에서, 일반고보다 특목고에서 더 많이 이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민간기관인 인권정책연구소 등에 의뢰해 '인권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학생인권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지난달 22일 밝혔다. 설문은 서울 시내 전체 초·중·고교 한 학급씩, 총 2만2천여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설문 내용을 통계분석한 뒤 서울 시내 5개 권역별로 3개 학교씩 총 15개 학교에서 주제별 대면 심층면접도 했다. 서울에서 학생인권 실태조사를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경기·강원교육청은 이미 이와 같은 내용의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인지도 여부  서울지역 초·중·고교생 중 절반 정도는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것도 모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고, 학교 현장에서 학생 인권 침해 사례 및 학생 자율권 침해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지도 여부 서울지역 초·중·고교생 중 절반 정도는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것도 모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고, 학교 현장에서 학생 인권 침해 사례 및 학생 자율권 침해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정책연구소 보고서

학생 약 20% 체벌을 받은 경험이 있다


설문조사 결과 약 20%의 학생이 체벌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는데,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초등학생 15%, 중학생 31% 고교생 22%였다. 특히 중학생의 비율이 높은데, 심층면접조사에서도 중학교 학생들의 경우, 교사의 감정적 체벌이나 언어폭력을 얘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사립으로 나눠보면, 사립학교 학생의 체벌 경험(26.8%)이 국공립 학교 학생(15.6%)보다 11% 정도 높게 나타났다. 교사에게 언어폭력(욕설, 비하적 표현)을 당했다고 답한 학생 비율도 27.8%로 사립학교 학생이 국공립학교 학생보다 10% 정도 많았다.

체벌 여부  사립학교 학생의 체벌 경험(26.8%)이 국공립 학교 학생(15.6%)보다 11% 정도 높게 나타났다.
체벌 여부 사립학교 학생의 체벌 경험(26.8%)이 국공립 학교 학생(15.6%)보다 11% 정도 높게 나타났다. 인권정책연구소 보고서

두발길이와 복장 규제, 아자 강제도 여전히


두발길이와 복장 규제도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복을 입는 학교에 다니는 학생 중 중학생 74.4%, 고교생 70.9%가 복장 규제를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중고생의 35%가 '학교가 두발 길이를 제한한다'고 응답했으며, 마찬가지로 사립이 국공립보다 두발 제한이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20.8%의 학생이 야간자율학습이나 보충학습 참여가 '자율적이지 않다'고 응답했다. 자율적인 학습 선택권 보장 여부를 100점으로 환산하면 국·공립 고교 77.6점, 사립 일반고 64.7점, 특목고 59.5점 순으로 특목고의 자율성이 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발길이 제한 여부 두발길이와 복장 규제도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두발길이 제한 여부두발길이와 복장 규제도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정책연구소 보고서

학생인권조례 알고 있는 학생 56.7%

56.7%의 학생이 '학생인권조례를 알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응답했고, 43.3%는 부정적으로 답했다. 특히 초등학교에서 상급학교로 갈수록 인지도가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인권조례에 대한 인지도를 100점으로 환산하면 초등학교가 56.2점으로 가장 높았고 중학교는 52.2점, 고등학교는 48.3점으로 조사됐다. 공사립으로 나눠보면, 사립학교는 49.9점, 국공립학교는 54.0점으로, 사립학교의 부정적 답변이 국공립학교보다 약 5% 더 높게 나왔다.

초중고생 13.2% "고민 나눌 사람 없다"

초중고생들의 13.2%는 고민을 상담할 사람이 없다고 응답했다. 초등학생은 14.1%, 중학생은 13.9%, 고등학생은 11.5%가 고민을 말할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자신의 고민을 나눌 상담상대가 없다고 답변한 학생들의 학생인권상황이 상담상대가 있다고 답변한 학생에 비해 10%정도 낮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2015학년도 서울교육통계에 따라 학급상 평균 학생 수 26.2명을 기준으로 보면 학급당 3~4명은 부모, 친구 등 누구와도 자신의 고민을 상담할 대상이 없다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12.2%가 '학교에서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어 외롭다고 답했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외롭다고 느끼는 응답률이 올라갔다. 또 교사들이 학생들의 행복에 관심이 있느냐는 질문에는19.5%가 부정적으로 대답했다. 초등학생(9.3%)보다 중학생(21.2%), 고등학생(33.0%)으로 올라갈수록 부정적인 응답률이 높아졌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1.7시간

학교생활과 학원까지 많은 일정을 소화하느라 바쁜 학생들이 하루 평균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1.7시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은 2시간, 중학생은 1.8시간으로 나타났다. 고등학교 중 특목고 학생들은 하루 1시간 정도만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고와 특성화고 학생들은 하루 평균 1.3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낸다고 응답했다.

'학교' '선생' '존중' '교육' '우리' '사람' 등을 중요 단어로 꼽아

학생인권에 대해 생각나는 것이나 건의하고 싶은 점을 자유롭게 적어달라고 한 뒤 서술식 답변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를 분석해보니, '학교(1159건)', '선생(742)', '교육(696)', '존중(584)', '우리(475)', '사람(319)'순으로 나타났다.

 2011년 12월 19일 서울시의회 별관 앞에서 서울교육희망네트웤, 인권단체연석회의,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 등이 "학생인권조례 원안통과"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11년 12월 19일 서울시의회 별관 앞에서 서울교육희망네트웤, 인권단체연석회의,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 등이 "학생인권조례 원안통과"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홍현진

학생인권실태 조사 보고서는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의 내용을 확인시키고 현재 조례가 기능하고 있음을 알릴 수 있도록 학생침해 인권구제 및 인권 증진을 위한 다양한 홍보 및 인식 확산 활동이 전개될 필요가 있다"며 "인권친화적 학교 문화를 위해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 또한 학생인권의 증진의 주체로 초대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 교사들의 성장과 인권역량강화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공립학교에 비해 사립학교의 인권상황이 5~10% 정도 낮게 나타났다"며 "사립학교 운영 주체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인권증진을 위한 점검 체계를 강화해야 하고, 체벌과 교사들의 직무 피로도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교사들의 잡무부담을 줄이는 등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시교육청 윤명화 학생인권옹호관은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사망원인 1위를 자살이 차지하고 있다, 분노는 어떻게든 표출되기 마련이다"라며 "그것이 자신에게로 향하면 자해가 되고, 타인에게로 향하면 왕따나 '일베' 같은 사회 문제가 벌어지게 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과연 누가 우리 아이들을 이토록 외롭고, 위태롭게 만든 것일까?"고 반문한 뒤,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인권실태조사 결과를 참고해 학생 인권 보호 정책을 강화하는 동시에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학칙들을 개정하는 작업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학생인권조례 #체벌 등 인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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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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