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건 경기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집행위원장이 수원역 육교에 매달려 있다
경기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장애인을 보기 힘들다, 한국엔 장애인이 적은 걸까?아주 오래 전 한 장애인이 쓴 책을 읽었던 적이 있다. 부모님을 따라 미국 이민을 간 뒤 체조선수가 되었는데 연습 중 척수를 다쳐 장애인이 된 그는 어른이 되어 어머니 나라를 찾는다.
그는 의문을 갖게 되는데 '어디를 가도 장애인을 마주치기 어렵다. 대한민국은 미국과 달리 장애인의 수가 적은 것일까?'였다.
오래지 않아 그는 이유를 알게 된다.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은 길이나 교통편의 문제에 더해,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가정을 이루지 못하고 시설에서 살며, 외출할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아직도 우리나라는 길에서 장애인을 마주치기 어려운 나라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워 안산에 간 적이 있다. 그 뒤로 다시는 유모차와 함께 지하철은 타지 않는다. 너무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를 찾는 것은 물론 환승을 위해 이동하는 것도 시간이 훨씬 더 걸렸다.
그때 유모차나 휠체어가 탈 수 있는 차량 칸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 안내도 없고 그마저도 규칙 없이 배치되어 있어 해당 차량 칸을 찾기 위해 플랫폼 처음부터 끝까지 헤매기도 했다.
이 경험으로 나는 생각하게 됐다. '장애인이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겠구나'라고.
어쩌면 지하철은 그래도 나은 편인지 모른다. 저상버스는 거의 다니지 않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더군다나 멀리 가기 위한 고속버스나 기차는 아예 불가능하다. 차가 없는 장애인들에게 다른 도시로의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일 것이다.
독일 베를린을 여행한 적이 있다. 그곳 버스는 모두 계단이 없는 저상버스일 뿐만 아니라 보도와 차 바닥 간의 간격을 줄이기 위해 정차 시 차가 오른쪽으로 기울어 바닥 높이를 낮춘다.
휠체어를 탄 사람이 승강장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버스기사가 차에서 내려 차 아래쪽에 접힌 판을 펼쳐 다리를 만들어 준다. 그리고 안전하게 탄 것을 확인하고 판을 접고 다시 운전을 시작한다.
지하철도 마찬가지다. 기다리는 장애인이 있으면 승무원이 내려서 탑승을 도와주는데 간격이 넓거나 턱이 있을 경우 다리를 만들어준다. 또 내리고자 하는 정거장을 승무원이 확인했다가 내릴 때도 도와준다. 당연히 평소 정차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려도 다른 사람들은 불평하지 않고 기다린다.
▲이도건 경기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집행위원장이 여의도 이룸센터 유리처마 위에서 고공단식농성 중이다
경기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우리나라 장애인 지원 월 20만원, 그것도 부부 148만원 이하만 해당장애인과 관련한 이야기가 하나 있다. 태어날 때부터 심한 소아마비로 걸을 수가 없는 아이가 있었다. 장애인 학교가 따로 있지만 아이 부모는 일반학교를 보내고 싶어 했다. 긴 시간 베를린 시와 학교, 부모가 이야기를 나누었고 어렵게 입학을 결정했다.
내가 이야기를 듣고 놀란 것은 아이가 4년간 다니는 동안 불편함이 없게 하려고 백년도 더 된 옛 건물을 고쳐 계단 옆에 장애인 통로를 내고 전용 엘리베이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배리어 프리 주택 |
barrier-free house은 휠체어를 타고도 살기 쉽도록 지어진 집이다. 복도나 문의 폭을 넓게 만들고, 문턱을 없애고, 현관·복도·욕실 등에 손잡이를 붙이고, 미끄럼 방지시설을 해, 장애인이나 노인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살 수 있도록 지어진 집을 뜻한다. |
장애인이 가장 살기 좋은 나라라고 알려진 스웨덴을 이야기 해보자. 스웨덴은 이미 1950년대부터 대규모 시설을 없애고, 소규모 시설과 장애인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자립생활을 도와왔다. 자립생활을 위한 주거비용 전부를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또 1974년 건축법이 개정되어 건축 허가를 받으려면 장애인이나 노인을 위한 배리어 프리 주택(barrier-free house)을 건물 면적의 10퍼센트 이상 지어야 한다.
스웨덴은 '장애인 최저소득이 생활비를 뺀 나머지 15퍼센트의 여유가 남아야 한다'고 사회서비스법에 규정되어 있다. 저축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겨우 월 20만 원이다.
그것도 소득분위 하위 47퍼센트까지만 받을 수 있다. 월 소득액 기준, 1인 93만 원, 배우자 포함 148만 원 이하의 소득자만 받을 수 있다. 직업을 가진 이들은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장애인 복지수준이다.
420 |
420은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뜻한다. 장애인을 동정의 대상이 아닌 비장애인과 동등한 존재로 인식하고 장애인을 위한 복지가 시혜가 아닌 사회구성원으로서 누려야할 당연한 권리임을 인정하는 '사회 인식의 전환'을 꾀하기 위한 운동의 상징적인 숫자다. |
지금 장애인 한 사람이 여의도에 있는 '이룸센터' 입구 좁은 유리 난간 위에서 고공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의 이도건 집행위원장이다. 그는 지난 2일 휠체어에 앉은 채 몸을 수원역 육교 난간에 줄로 매다는 목숨을 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