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복사 중심법당 대웅보전
이상기
의정은 구마라집(鳩摩羅什, 334~413), 진제(眞諦, 499~569), 현장과 함께 불경을 번역한 4대 역경가에 속한다. 그가 번역한 대표적인 불경이 <금광명최승왕경(金光明最勝王經)><공작왕경(孔雀王經)><약사칠불경(藥師七佛經)><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根本說一切有部毘那耶)> 등이다. 그중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는 율장에 관한 책으로 승려가 지켜야 할 계율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곳에 나오는 다섯 가지 계율은 다음과 같다. 1. 살생하지 마라. 2. 도적질하지 마라. 3. 삿되고 음탕한 마음을 품지 마라. 4. 망언을 하지 마라. 5. 술을 먹지 마라. 그리고 이러한 오계(五戒)뿐 아니라, 승려가 지켜야 할 아주 구체적인 실천강령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의정법사가 거주하는 동안 천복사는 율종의 근본도량이 되었다.
의정은 또한 법현, 현장, 혜초와 함께 입축구법여행기를 쓴 4대 여행가에 속한다. 그는 해로를 통해 25년 동안 동남아시아와 천축국을 여행하고 돌아와 <대당서역구법고승전>과 <남해기귀내법전>을 썼다. 이들 책에서 의정은 불법을 찾아 천축국을 찾은 당나라와 해동의 승려 60여 명의 행적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다녀온 30여 국의 역사와 지리, 문화와 풍속, 항해와 기후, 정치와 경제 등에 대해 상당히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예로부터 목숨을 가볍게 여기고 법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이 중국 땅에는 많았다. 법현법사는 처음으로 거친 길을 개척했고, 현장법사는 그 가운데 왕도(王道)를 열었다. 그간 보랏빛 자욱한 변방을 지나 서쪽으로 외로이 떠나고, 푸른 바다를 건너 남쪽으로 홀로 사라져갔다. 이들은 불교의 성스러운 유적을 생각하며 온몸을 다 바쳐 순례하고 돌아왔다.물러서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네 가지 은혜(四恩)에 보답하고자 희망을 품고 장도에 올랐다. 그러나 난관이 많고, 보배로운 인도 땅은 아득하고 멀어, 10명도 넘는 사람이 출발했으나, 결실을 맺는 사람은 하나도 안 되었다. […] 오호라. 그 정성이 아름답고 기쁘기 이를 데 없도다. 이에 그 분들의 향기로움을 책으로 전하고 싶어, 보고 들은 바에 근거해서 간략하게나마 행장(行狀)을 찬하려고 한다." (<대당서역구법고승전> 상권 서문) 자료전시관에서 알게 된 신라인 장보고와 최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