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망령
유혜준
왕망령은 두 번째다. 2010년 4월, 길 친구들과 태항산 트레킹을 하러 갔고, 왕망령 초대소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왕망령에 있는 호텔에 묵을 예정이었으나, 공사가 끝나지 않아 손님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가이드는 왕망령 초대소 시설이 열악하고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엄청나게 불편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나쁘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태항산은 관광지로 개발되기 시작한 단계라 한국에는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우리가 갔던 왕망령을 포함한 남태항 일대에서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트레킹을 하면서 곳곳에서 공사현장과 마주쳤던 것이다.
왕망령 초대소에서 자던 날 밤, 우리 일행은 뜻밖의 방문을 받았다. 왕망령 초대소에 근무하는 직원이라는데 양복을 입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처음에는 정보 사찰을 하는 공안인 줄 알았다. 그런 사람이 관광객에 불과한 우리를 왜 찾아온 거지?
그는 한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계획으로 왕망령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우리에게 왕망령 일대를 둘러본 소감을 물었다. 한국인들이 많이 올 것 같으냐는 질문도 했다. 그는 한국인 관광객인 우리를 상대로 일종의 여론조사를 했던 것이다.
이번에는 왕망령 중턱에 있는 와룡산장에서 잤다. 왕망령은 물이 귀한 곳이라 산 아래에서 파이프를 연결해 산꼭대기까지 끌어올린다고 한다. 호텔은 난방이 되지 않아, 침대마다 전기요를 깔아 놨다. 밤이 이슥해지자 기온이 뚝 떨어지는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장엄하면서도 숙연해지는 왕망령 일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