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통 속 새알마을 형님 우체통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은 어미 새는 집을 나간 후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혹시 이 알이 무슨 새의 알인지 아는 분은 댓글로라도 알려주시길. 이름이라도 알아야 할 듯.
송상호
형님은 놀란 가슴을 쓸어안은 채로 이번엔 손이 아닌 눈을 우체통 안으로 옮겨 갔다. 이럴 수가? 바로 새알이었다. 그것도 한 두 개가 아니라 4개다. 더 기가 막힌 건 새둥지까지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형님이 없을 동안에 도대체 집에,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우체통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형님은 조심스레 알을 만져봤다. 그런데 왜 어미가 없을까. 먹이를 구하러 간 걸까. 아니면 형님이 와서 놀란 어미가 날아가 버린 걸까. 그렇게 열심히 자신의 머릿속을 뒤져서 추리하던 형님의 머리에서 건져 올린 추리는 이랬다.
'아마도, 내가 없는 사이 우체통 안에 둥지를 튼 어미 새. 그 어미가 먹이를 구하러 나간 사이, 집배원 아저씨가 우편물을 넣었고, 그 우편물 때문에 알이 보이지 않아 어미가 그냥 날아가 버린 게 아닐까?'이런 추리에 이른 형님은 얼른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매직과 종이, 그리고 박스테이프를 들고 나왔다. 이렇게 썼다.
'새가 둥지를 틀었으니 우편물은 그냥 바닥에 놓으세요.'그렇게 쓴 종이를 우체통에 붙였다. 형님 자신이 없는 사이 또 집배원 아저씨가 우편물을 넣을까봐 싶었던 거다.
이런 일을 당한 형님은 신통방통하기도 하고, 애틋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 했다. 물론 나도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 중 한사람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앞에처럼 조치를 취한 형님 생각엔 어미가 곧 돌아올 줄 알았다. 아무리 '새대가리'라도 자신의 알이 놓인 곳을 몰라서 못 오지는 않을 거라 믿었는데, 그 어미가 돌아오지 않는단다.
형님은 일을 하다가도 혹시나 어미가 돌아왔나 싶어 둥지 아니지 우체통에 가보곤 했다. 어미가 왔다간 흔적이 없다. 몇 번을 그랬는데도, 어미는 여전히 'No come back home'이다.
형님이 그러다보니 흡사 집나간 아내를 기다리는 남편 심정이 되었다고나 할까. 아내가 갓난아기들 줄줄이 놓아두고, 가출한 상황처럼 되어버렸다. 아기들은 빽빽 울어대고, 아내는 돌아오지 않는 상황처럼 말이다.
밤이 다 돼서 나도 궁금해 그 형님에게 연락해보았다. 아직 집나간 어미가 돌아오지 않았단다. 이글을 쓰는 지금도(오늘 밤) 여전히 그랬단다.
형님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란다. '어미가 가출한지 얼마나 되었는지, 그 어미 새는 어떤 종류의 새인지, 지금 그 어미는 어디를 돌아다니는 건지, 그 어미는 돌아올 맘은 있는 건지, 혹시나 주변에서 서성대고 있는데, 사람 무서워 못 돌아오는 건지, 저 알들은 지금 살아있는 건지, 저 알이 어미 없이 얼마나 살아있을는지' 등등.
무엇보다 문제는 끝끝내 어미 새가 돌아오지 않았을 경우 저 알들을 어찌 처리하느냐는 거다. 그냥 버려야 하는 건지, 양지 바른 곳에 묻어 줘야 하는 건지, 아니면 눈 딱 감고 프라이를 해먹어야 하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