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항산
유혜준
태항산맥은 중국의 산서성과 하남성의 경계를 이루는 거대한 산맥으로 중국의 그랜드 캐년으로 불린다. 남북길이 약 600km, 동서길이 약 250km의 험준한 산맥이며, 산동성과 산서성의 이름이 태항산맥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태항산맥의 동쪽이라 산동성, 서쪽이라 산서성이라 불렸다니, 태항산맥이 얼마나 큰 산맥인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으리.
태항산맥은 춘추전국시대부터 군사 요충지로 크고 작은 전투가 벌어졌던 곳으로 유명하다. 후한을 세운 광무제가 왕망과 싸운 곳이 태항산 일대로 그 흔적을 '왕망령' 이름에서 찾을 수 있다. 근대에는 중국 팔로군과 일본군이 이곳에서 싸움을 벌였다고 한다.
태항산맥은 산세가 험하고 산과 산이 계속 이어지면서 골이 깊어 깊은 산속으로 숨어 들어가면 누구도 찾지 못한다나.
이 지역을 일본군이 점령하기 시작한 것은 1938년으로 이때, 일본군을 피해 태항산으로 숨어들어간 사람들이 많았다. 이들은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았고, 그래서 1990년까지도 일본군이 중국을 점령한 상태인 줄 알았다고 하니, 얼마나 깊은 산골인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외부 사람들도 험하디 험하면서 골이 깊은 태항산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몰랐단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존재가 드러나지 않게 나무 아래에 집을 짓고 조용히 살았기 때문이다. 1990년대에 태항산을 개발하기 위해 산에 들어갔던 사람들에 의해 산 마을 사람들의 존재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면 또 사람이 살고 있고, 더 깊숙히 들어가면 거기에도 사람이 살고 있고. 그랬다는 거다.
태항산이 관광지로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2008년. 한국에는 트레킹 코스가 널리 알려져 있다. 태항산이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매년 꾸준히 관광객이 증가했다. 대부분이 한국인으로 2015년에는 10만 명이나 되는 한국 관광객들이 태항산을 다녀갔다고 한다.
나는 2010년 4월, 길 친구들과 트레킹을 하러 태항산에 갔다. 태항산이 비교적 많이 알려지지 않은 때였다. 구련산, 만선산, 왕망령 등의 옛 길을 걸으면서 중국의 그랜드 캐년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