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베는 소녀웃음이 해맑은 소녀 둘이 염소에게 줄 꼴을 베러 간다.
강명구
네팔에는 김태희가 꼴을 베고 밭을 메고 막노동을 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가 있다. 자기가 김태희인 줄도 모르면서 스물 정도에 결혼해서 살다가 아이 낳고 늙어간다.
우리나라 마라톤의 전설 함기용과 손기정의 만남처럼 내가 누구인가를 알아봐주고 그것을 개발해주는 스승과의 만남은 중요하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런 스승을 만나지 못하고 일생을 마치게 마련이다. 내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스승을 만나지 않더라도 내가 누구인지 스스로 깨닫는 것은 중요하다.
길을 달리며 성자처럼 생긴 거지 아니면 거지처럼 생긴 성자를 무수히 많이 마주친다. 자신이 누군지도 모를 성자들이 누구의 스승이 될 것인지 의문이 든다.
네팔은 신의 나라이다. 힌두교도가 87%, 불교도가 8%, 이슬람교가 4% 정도이다. 어느 마을이든 시바 신을 모신 사당이 있다. 힌두교는 아마도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종교일 것이다.
불교도 힌두교의 영향으로 탄생하였다. 힌두교의 신들을 나그네가 다 이해하기는 힘들다. 진오스님은 지나면서 신전이나 사당이 나오면 일일이 예를 갖춘다. 현지인들이 경배하는 것에 예를 갖추는 것이 그들에 대한 최고의 예의라는 것이다.
시바는 원래 부와 행복, 길조를 의미했지만 나중에 창조와 파괴의 신이 되었다. 시바는 4개의 팔과 4 개의 얼굴 3개의 눈이 있다. 제3의 눈은 빛으로 모든 것을 불태워버린다고 한다. 그 눈빛은 일체의 피조물을 움츠러들게 하는 빛을 내는 듯하다.
종교는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신전 앞에는 신들이 타고 다니는 이동 수단들이 늘 대기한다. 시바가 타고 다니는 이동수단이 바로 소이다.
카스트제도는 힌두교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지배계급의 편의상 경전에 쓰였다. 힌두교가 주류를 이루는 네팔은 공산당이 집권당이면서도 브라만 계급이 사회의 모든 권력과 이권을 독점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이야말로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와 흙수저가 구분되는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들고 나온 자와 흙수저를 들고 나온 자가 구분되는 사회는 이렇게 사회 밑동부터 썩기 마련이다. 흙수저를 들고 태어나니 시바의 신께 아무리 간절하게 기도를 해도 김태희의 아름다움을 가지고도 꼴을 베고 밭을 메는 수고를 평생 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