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은 이야기꽃을 피우며 고구마 심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전갑남
생판 모르는 할머니들입니다. 세 할머니들께서는 뙤약볕에서 고구마순을 꽂고 계십니다. 내 대꾸가 없자 다시 말을 걸어옵니다.
"아니에요. 관두세요. 그 쪽도 일하신데…."나는 허리를 펴고 대답했습니다.
"쉬실 때 오세요. 물 드릴게요.""......"이번엔 할머니들 쪽에서 대꾸가 없으십니다.
고추곁순을 다 땄습니다. 여린 고추순이 두 광주리나 됩니다. 데쳐서 나물로 무쳐먹으면 밑반찬으로 그만일 것 같습니다. 고춧잎나물은 씹히는 맛도 부드럽고, 고춧잎은 비타민이 많아 몸에도 좋습니다.
밭에 나와 손을 씻는데, 물 달라는 할머니들께서는 하던 일만 계속하십니다. 내게 한 말은 까마득히 잊어버리신 듯이….
말 꺼내고선 미안해서들 그러시나?'얼마나 목이 타면 낯선 사람한테 물을 달라하실까?' 난 집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냉장고를 열었습니다. 오늘따라 냉장고에 생수가 눈에 띄지 않습니다.
'이를 어쩐 담, 미적지근한 물을 드릴 수는 없고….'냉장고에 호박즙이 눈에 보입니다. 우리가 작년 농사지은 호박과 도라지, 생강을 넣어 건강원에서 달인 것입니다. 나는 한 봉지를 뜯어 마십니다. 일하고 먹는 것이라 정말 시원하고 맛이 좋습니다.
할머니들께서 마시면 갈증이 해소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맛도 달달해서 할머니들 입맛에도 맞을 것 같구요.
'세 사람이니까 여섯 봉지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