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축사 중인 박대통령앞으로는 아이들의 시선으로 이야기 하시길
청와대
아이들의 시선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오로지 나의 언어로 아이들을 설득시킬 수 있다고 착각하는 나의 모습. 사실 이런 나를 돌아보게 된 것은 순전히 지난 어린이날에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된 해프닝 때문이었다.
지난 5월 5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로 어린이들을 초청한 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줬는데, 그중 백미는 단연 완도에서 온 어린이의 질문에 대한 대통령의 답변이었다. 발명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해야 하냐는 극히 어린이다운 질문에 대해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함으로써 모든 이를 뜨악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예를 들면 전국에 창조경제혁신센터라는 게 각 시·도마다 있어요. 17군데…. 거기를 어린이 여러분들이 커서 찾아가면, 학생 때 가도 돼요."발명가가 되고 싶다는 아이에게 창조경제혁신센터로 가라는 대통령의 창조적인 대답. 이 안타까운 사례는 지금 왜 우리나라가 위기인지를 보여주는 명징한 사례였다. 대통령은 소통의 방법을 전혀 모르고 있다.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과 교감을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상대에 대한 인식 하나 없이 자신의 말만 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어린이를 상대로도.
대통령은 1년 전 어린이날에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다 같이 도와준다, 그리고 꿈이 이뤄진다"고 말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는데,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누리꾼들은 그 말 자체가 무슨 소리냐고 비아냥거렸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말을 어린이들을 상대로 했다는 데에 있다. 대통령은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데 있어서 자신의 생각을 제외한 그 어떤 것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런 대통령에 대해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던 내가 그와 별반 다르지 않다니. 아이를 8년째 키워오면서 아직도 난 아이들을 대상으로 나의 언어를 고집하고 있음을, 그리고 그것이 아이들에게는 '꼰대스러움'일 수 있음을 이제야 새삼스레 깨달은 것이다. 모든 것은 소통에서부터 시작하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