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도중 사망한 19살 김모씨를 추모하는 시민들이 2일 오후 사고현장인 구의역 9-4승강장에 모여 추모행사를 연 뒤 고인의 분향소가 차려진 인근 건국대병원 장례식장까지 촛불행진을 벌였다.
권우성
구의역은 그의 분향소가 차려진 건국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지하철 한 개역 떨어진 곳에 있다. 이날 오후 8시, 김씨가 희생된 구의역 9-4 승강장 앞 그를 추모하는 시민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이곳을 찾은 시민들에게 검은리본을 나눠줬다. 시민들의 가방에 검은리본과 노란리본이 나란히 달리기 시작했다.
9-4 승강장 앞은 김씨가 먹지 못한 채 그의 가방에 담겨 있던 컵라면 여러 개가 놓여 있었다. 라면 위에는 즉석밥이, 또 참치캔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급히 먹을까 걱정돼 목을 축일 음료수도 곳곳에 세워져 있었다. 세상을 떠난 다음날 생일이었던 그를 위해 숫자 '19(김씨의 나이)' 모양의 초가 꽂힌 케이크도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케이크 옆 종이에 적힌 글귀가 눈에 띄었다.
"늘 잃고 나서 울어 미안합니다."오후 8시 10분, 모여 있던 시민들이 줄지어 서 추모 행진을 준비했다. 출발 전, 저마다 국화와 손팻말을 손에 든 채 시민들은 9-4 승강장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묵념 후 시민들이 조용히 출발을 기다리는 동안, 퇴근길 지하철 2호선이 촘촘히 구의역을 지났다. 그때마다 "스크린도어가 열립니다"라는 안내방송이 울려 퍼졌다.
시민 100여 명은 발걸음을 건국대병원 방향으로 옮겼다. 9-4 승강장을 지나 계단을 걸어 내려온 뒤, 구의역 1번 출구를 빠져나왔다. 1번 출구 앞에 촛불이 놓여 있었다. 시민들의 손에 국화와 함께 촛불이 들렸다. 이들은 건국대병원 장례식장까지 2km 남짓 거리를 천천히 걸었다. 주변을 지나던 다른 시민들은 "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건"이라며 도보행진에 관심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