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에 맞은 차 사진. 공에 맞은 곳을 잘 찾지 못해 세 번이나 촬영했다.
임효준
이야기를 듣고 보니, 자기 차가 축구공에 맞았는데 누가 그랬는지 책임을 묻고 그에 대한 보상 조치를 받으려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앞에서 큰 목소리를 냈던 사람들이라 저는 그들을 순수하게 바라볼수만은 없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보호하는 부모의 입장이 돼 살피게 됐습니다. 혹시 아이들에게 책임을 덮어 씌우는 게 아닌가 싶어 일단 휴대전화로 사진부터 찍었습니다. 공에 맞았다는 곳이 잘 보이지 않아 연거푸 세 번 촬영했습니다. 차주는 박아무개씨였는데, 그의 명함을 받았습니다. 나중에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유명 개그맨 대표가 있는 연예기획사 매니지먼트 관계자였습니다.
차 주위에 있던 박씨의 친구가 "왜 아저씨가 끼어드냐"라고 묻길래 저는 "운동장에서 공 차는 아이들 중에 내 아이가 있다"라고 답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들이 차에 흠집을 낸 아이를 찾아 보상을 받을 때까지 아이들에게 계속 이야기를 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저는 빨리 제 명함을 주곤 전화하라고 한뒤 일단락지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누가 공을 차서 차를 맞췄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아이들이 느꼈을 공포가 더 걱정이었습니다. 어느 부모라도 저처럼 행동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우선 보호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제게 문자 한 통이 날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