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루액을 던지는 경찰최루액이 담긴 비닐봉투를 던지는 경찰
이명익
복직 기다리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이게 무슨 날벼락
나머지 경찰 위자료 3천8백7십만 원, 경찰 치료비로 1천8십만 원, 기타 차량피해, 진압장비, 무전기 피해에 대하여 3백2십만 원을 합하여 총 11억 6천7백6십만 원을 판결했다. 그리고 판결 이전은 연이자 5%, 판결 이후에는 연이자 20%로 책정되었다. 그래서 현재까지 이자를 포함하면 15억 정도가 손해배상청구금액으로 책정되었고 이후로는 하루에 62만 원의 지연 이자를 내라고 판결했다. 숨이 막혔다.
공권력이 무리하게 장비운용을 했으면 책임은 공권력에게 있다고 판결해야지 애꿎은 노동자들에게 배상하라는 이상스런 판결이었다. 땅에 내려앉은 헬기도 아닌 하늘에 날아다니던 헬기를 노동자들이 새총으로 쏴서 헬기가 파손되었단다. 노동자들이 만든 새총은 영점도 잡히지 않고 끄덕하면 고무줄이 끊어지는 조잡한 물건이었는데도 말이다. 이건 사기였다.
노동자들의 파업은 불법파업이고, 새총 등의 불법무기를 들었던 폭력파업이니까, 그래서 누가 헬기에 새총을 맞췄는지 특정할 수도 없고 실제 파손되었는지도 불명확하지만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이 저지른 일임이 확실하다는 추론으로 이어진 끼워 맞추기식 판결이었다. 형사사건도 아닌 민사사건에서 해당 행위를 누가 했는지, 어떤 행위로 손해가 발생했는지 입증하지도 않은 채 그냥 공동정범으로 쌍용차 해고자들이 책임지라는 게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당시 이명박 정부는 노사문제에 대해 개입할 수도 없고 개입해서도 안 된다면서도 '오죽하면 기업이 직원을 해고하겠냐', '귀족노조의 배부른 파업이다'라고 노조때리기에만 열을 올렸다. 쌍용차 구조조정사태가 왜 일어났는지, 경영상의 위기는 누구의 잘못으로 진행된 것인지 낱낱이 밝혀야 할 책임을 외면하곤 불법파업을 그만두라 으름장을 놓다 결국 경찰특공대를 포함한 1만여 명의 경찰들을 진압작전에 투입했다.
더욱이 쌍용차 공장점거파업은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판단과 적법한 방법으로 진행된 파업이었다. 정부가 나서서 헌법에 보장된 노동 3권을 부정하고 파업을 깨기 위해 공권력을 투입하는 것 자체가 일방적인 폭력이었고 불법행위였다.
쌍용차 정리해고로 인해 7년간 28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그 과정에서 경영상의 위기를 불러온 경영진들, 파업을 깨기 위해 폭력을 저지른 관리자들과 용역깡패들, 불법적인 공무집행을 하고 집단폭력을 자행했던 경찰들은 누구도 처벌되지 않았다. 오로지 쌍용차 해고자들만이 불법폭력 파업으로 낙인찍힌 범죄자가 되거나 사실상의 죽임을 당했다. 어렵게 노노사 합의로 쌍용차 문제가 해결되어 가는 마당에 국가와 법원이 나서서 이런 사기 같은 판결을 내린 저의가 궁금하다.
노노사 합의가 끝나고 쌍용차 노동자들은 다시 복직할 날만을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끝낸다고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님을 정부와 법원은 분명히 했다.
손해배상 대상자 중 희망퇴직을 해서 하루하루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동료들도 있고, 지금은 공장으로 복귀해서 열심히 일하는 동료들도 있다. 그들에게 손해배상판결이 내려진 직후 검찰청에서는 DNA채취 출석요구서를 보내왔다. 검찰청에 문의하니 담당직원은 강력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만 보내는 건데 마음 많이 상하지 말라며 위로를 건넸다고 한다. 위로는 그렇게 전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국가의 위로 따윈 원하지도 않는다. 이 지긋지긋한 고통이 멈추기를 기대할 뿐이다.
DNA채취 출석요구서를 받은 희망퇴직한 동료에게 전화가 왔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 이제 어떻게 하냐?"
쌍용차 해고자들은 모르겠다. 이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노동을 천시하고 불법으로 내몰고 끝내 죽이는 이 사회가 이제 어떻게 할지 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