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이발관 앞 김창수씨
남유진
인사동 골목 어귀에 스타이발관이 있다. 이발 3500원, 염색 5000원, 머리 감겨주는 데 500원…. 순댓국 한 그릇보다 더 저렴한 이 이발관은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스타이발관 김창수 사장님(71)은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손님들 머리를 깎아왔다.
그 돈으로 자식들 결혼시키고, 학교 보내고, 지금에 와서는 봉사정신으로 손님의 머리를 다듬는다. 일흔이 넘도록 정정하게 이발사를 할 수 있었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이발 때문이었다.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자.
- 탑골공원 근처라 주로 공원에 오시는 분들이 이발관을 애용하나요? "아니요. 의외로 탑골공원에 오는 분들은 잘 안 오시고 타 지역에서 많이 오세요. 지하철이 닿는 곳이라면 춘천, 안양, 인천, 영종도, 안산, 일산 할 것 없이 다 오세요. 경기도, 충청도, 저 멀리 제주도에서도 서울에 볼일 있으면 들러서 이발하고 가고….
심지어 라오스에서 사업하는 분도 한국에 들어왔을 때 꼭 이발하고 갔다가 이발 때 되면 다시 오는 분도 계셨어요."
- 인기가 많은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일단 요금이 싸요. 이발 3500원, 염색 5000원, 머리 감겨주는 데 500원…. 모든 물가는 오르지만, 우리 이발소 요금은 20년째 동결돼 있어요. 다들 기술이 4~50년이 돼서 베테랑들이고…. 밥 한 끼 값도 안 하는데 봉사정신 없으면 못하는 일이에요. 100명 깎아야 35만원이니까…."
- 어렸을 때 꿈이 이발사였나요?"그건 아니고 야간 고등학교 다니다가 말썽부려서 훈육 선생님한테 머리 빡빡 밀리고…. 이제 뭐 먹고 살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이발사가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뜨뜻해서 만년 직장으로 정한 거예요. 당시엔 좋았지. 그땐 알아줬으니까…. 50년 전에는 세탁사, 이발사, 운전사는 최고 멋쟁이였어요."
- 이제는 눈감고도 이발하실 수 있겠어요."하라면 하겠지만 이발사는 장인이 없어요. 왜냐하면 손님마다 두상이 다르고 머릿결도 다르고 성격도 다 다르니까 손님 입맛에 맞게 해야 장인이지. 기계로도 할 수 없는 게 이발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