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라노비에이의 열차 외관의 표지판.
서규호
여름날 형형색색의 대지를 달리는 후라노·비에이노롯코호(富良野·美瑛ノロッコ号)는 홋카이도 여행의 진면목을 체험할 수 있는 관광열차입니다. JR아사히카와역(旭川駅)을 출발해 JR비에이역(美瑛駅)을 경유, 목적지인 JR후라노역(富良野駅)까지 54.8Km, 1시간 40여 분의 풍경화 같은 대자연 열차여행이 시작됩니다.
JR아사히카와역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합니다. 고가역(高架駅)으로 리모델링 되어 한결 산뜻한 아사히카와역으로 녹색의 기관차가 들어옵니다. 이 녹색의 디젤 기관차가 바로 후라노·비에이노롯코호 기관차로 1999년 여름날 이곳에서 운행을 시작했습니다. 오픈형 객차 안으로 들어가면 창문 자체를 쉽게 내릴 수 있어 개방감의 극치를 자랑합니다.
3량의 객차에는 홋카이도의 여름을 느끼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탑승합니다. 극성수기에는 1량이 더 증차되어 4량으로 운행을 하기도 합니다. 비록 나무의자로 만들어져 불편은 하지만 관광객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자리를 잡습니다. 의자는 마주보는 자리와 창 밖을 보는 자리로 구성돼 있으며 자유석에서는 자기가 앉고 싶은 자리에 앉아서 여행이 가능합니다. 갈색의 객차와 녹색의 기관차가 묘하게 대조를 이룹니다. 차량 외부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탑승합니다. 9시 56분! 천천히 열차는 아사히카와역을 출발합니다.
열차가 시내를 벗어나 비에이쪽으로 방향을 틀면 시원한 홋카이도의 바람이 온몸을 휘감고 돌아 나갑니다. 오픈형 객차라 날이 좋으면 창문을 열고 천천히 달리기 때문에 이런 목가적 풍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마치 풍경화를 창문 사이로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비에이의 자연이 그대로 눈 앞에 펼쳐 집니다. 북국(北國)의 대자연을 느낄 수 있게 열차는 천천히 비에이역으로 이동합니다. 철도 건널목을 지날 때 손을 흔들어 주는 지역 주민의 반가운 모습들도 눈 앞에서 볼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