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회사의 재개발 이유만으로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 민주화 운동으로 투옥된 수많은 사람들의 애환이 담긴 옥바라지 골목은 구본장여관과 단독주택 1채 정도만 남겨지고 거의 다 허물어진 상태이다.
유성호
- 박 시장의 '폭탄선언'이 쇼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재개발하는데 시장이 와서 그만두라고 한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이게 만약에 쇼라고 하더라도 굉장히 중요한 액션이라고 생각한다. 강제퇴거는 유엔인권선언문에서도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누차 강조하는 것 중 하나이고, 2013년 개정된 경비업법에 분명 유니폼도 입어야 하고 이름표도 달아야 한다고 돼 있다. 그리고 이게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잖냐. 용산사태 같은 걸 막으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은 굉장히 상식적인 행정이라고 본다."
- 그날 이후 박 시장에 대해 약자를 생각하는 멋있는 시장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사유재산권 무시하는 독불장군 시장이라는 반응도 있다."그 보다도 주민 75%가 동의를 하면 재개발사업 구역 내 모든 토지나 건물 그리고 권리를 기업이나 조합이 강제 수용 할 수 있는 도시정비법은 너무 비상식적인 법이라고 본다. 동의하지 않는 나머지 25%는 어쩌란 말이냐. 그들은 사는 곳을 정말 떠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데도 토지가 강제로 수용당하는 것이다. 굉장히 폭력적인 법이다. 법 자체가 헌법에서 보장하는 시민의 재산권과 주거권을 침해하고 있는 상태에서, 박 시장의 액션은 재산권을 침해한다기보다는 오히려 재개발로 피해를 보거나 삶터에서 쫓겨나는 자들의 권리를 대변한 것이다."
- 재개발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다수의 공익을 위해 소수가 양보해야 한다고 하지 않나."반대하는 25%의 토지를 그렇게 손쉽게 수용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지만, 공익법이라고 하는 도시정비법의 가장 큰 독소조항은 무엇이 공익이냐는 거다. 새로 지은 아파트에 원주민들이 한 80%쯤 들어와 산다면 모르겠는데, 뉴타운을 보면 실질적인 재정착률이 17~20%밖에 안 된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공익이냐는 것이다."
"공무원들, 일을 해결하기보다는 책임 회피만 급급"- 이번 일을 겪으면서 시장의 생각과 공무원들의 생각이 다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종로구나 서울시 직원들에게 할 얘기가 많을 것 같다."많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주무관급, 팀장급, 과장급 다 만나봤지만 기본적으로 재개발 사업은 구청에 권한이 있으니까 자기들은 관여하고 싶지 않아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두어달 전 서울시가 강제집행 행정지침을 내려보내 15일 정도 공사를 중단하고 현지 실측조사를 하더라.(서울시는 철거가 진행중이던 지난 3월 중순 박원순 시장의 지시로 공사를 중단하고 건축 역사학자 등에게 의뢰해 현지조사를 벌인 적 있다... 기자 주) 그런데, 대학생들이 와서 몇 시간 동안 줄자로 재고 간 게 다였다. 무슨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서울시에 도대체 어느 건물을 존치할 것이고 어디를 실측했냐고 알려달라고 했는데 안 알려줬다. 종로구도 찾아갔지만 안 알려주고. 그게 왜 비밀인지 모르겠는데, 구청에 가면 우리 소관이 아니니 시청에 가라, 시청에 가면 구청에 가라. 그럼 철거 책임자라도 알려달라고 해도 모른다고 해서 하루에 구청, 시청을 몇 번씩 왔다갔다 했는지 모른다. 그런 식으로, 일을 해결하려는 게 아니라 자꾸 어떻게 하면 빠져나갈까, 빨리 책임을 벗어날까만 생각하는 것 같았다."
- 관할구인 종로구는 어땠나."종로구는 정말 연구 대상이다. 서울시의 공문을 다 쳐내고 자기 맘대로였다. 서울시에서 만든 강제퇴거 없는 뉴타운 지침 봤느냐고 물었더니 '그게 지침이지 법이냐. 지켜야 되냐. 서울시에서 만든 지침으로 대통령이 만든 법을 어기란 말이냐'고 하더라. 기본적으로 인권에 대한 감수성도 없고 책임감도 없다."
- 정말 답답했겠다. "서울시에 여러 번 민원을 넣었다. 특히 강제퇴거가 우려되어 인권담당에게도 민원을 넣었는데, 현장에 왔더라. 근데 자기들은 서울시가 저지른 인권침해만 담당한다는 것이다. 그럼 종로구가 한 건 모른다는 거냐. 강제 퇴거 위기의 주민들 만나고 가라고 했더니 '왜 만나야 해요' 하더라. 그럼 뭐하러 왔냐고 했더니 현장 가보라고 해서 왔다고. 자기가 왜 인권담당인지도 모르는 것 아닌가. 그래서 국가인권위에 전화했다. 그랬더니 국가가 저지른 인권침해만 담당한단다. 그럼 여기는 국가가 아니고 안드로메다냐. 이렇게 영혼이 없어도 되나. 도시정비법 자체가 국가가 저지른 폭력이다 "
"100% 보존 주장하는 게 아니다... 남은 거라도 그냥 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