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아파트 5층에서 7층으로 이사를 했다. 엘리베이트가 없는 아파트라 꽤 고생을 했다.(사진은 영화 <이사 가는 날>(2014))
영화 '이사가는 날'
오랜만에 아내가 왔습니다.
지난 두어 달 아내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4년간이나 살고 있던 서울 남산 아래의 아파트를 주인이 비워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두 집 살림을 살고 있지요. 그것은 저의 고집 때문이었습니다. 서울에서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저의 욕구를 아내가 받아들인 이후입니다.
십 몇 년 전 저의 떼를 뿌리치지 못한 아내가 감수한 곤란은 말로 형언하기 어렵습니다.
파주에 건축할 자금을 만들기 위해 최소한의 노후 안심이었던 보험을 해약하고 은행에 대출을 얻기 위해 뛰어다녔습니다. 그러고도 모자라 뿌리칠 수 없는 관계의 인척들에게 손을 내미는 역할을 아내가 맡았습니다.
파주로 이사한 후에도 딸은 학교 때문에 서울에 남았고, 아내도 편도 40km가 넘는 출퇴근이 녹녹치 않아 서울에 전셋집을 얻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두어 번의 이사 후에 15평의 오래된 아파트를 얻어 살았습니다. 그곳에서 양가 부모님을 함께 봉양하기도 했습니다. 남산 자락 도심이라 여러모로 편리한 곳이지만 비워주어야 할 형편이 된 것입니다.
두어 달 새로운 집을 알아보기 위해 퇴근 후, 근처를 수소문하고 다녔습니다. 같은 가격으로 같은 넓이를 얻을 만한 곳은 없었습니다. 만기에 임박해서 같은 아파트 7층을 소개받았습니다.
살던 곳보다 2평이 작지만 식구가 줄어서 큰 불편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대안은 없었습니다.
새로운 집에 도배라도 하고 들어가야 했기에 살던 집 주인께 하루만 이사 연기를 요청했지만 도회지 이사라는 것은 들고 나는 것이 항상 맞물리기 때문에 여의치 않았습니다.
이삿날 하루 휴가를 낸 아내는 이른 아침 두 대 트럭에 이삿짐을 실어놓고 들어갈 집 이삿짐이 나가기를 기다렸다가 벽지와 장판을 바꾸고 저녁때 이삿짐을 올렸다는 것을 어제 온 아내에게 들었습니다.
이사하던 날 밤, 카톡으로 받은 아내의 사진과 메시지만으로는 그런 정황을 알 수 없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