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대포에 실신한 농민, 생명 위독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지난해 11월 14일 백남기씨가 경찰의 살인적 물대포를 맞은 뒤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시민들이 구조하려하자 경찰은 부상자와 구조하는 시민들을 향해서도 한동안 물대포를 조준발사했다.
이희훈
농민들을 향해 물대포를 쏜 경찰이 있다. 농민들을 향해 물대포를 쏘라고 명령한 책임자가 있다. 농민들은 불법시위꾼들이니 무조건 막으라고 한 책임자가 있다. 그 사람들을 찾는 것은 식은 죽 먹는 것보다 더 쉽다. 무수히 많은 언론사들이 당시 현장을 취재하였고, 법원에 증거보전신청을 하여 확보한 당시 살수차 CCTV영상이 있다.
책임 소재가 있으니 조사만 시작되면 모든 사실이 금방 드러날 줄 알았다. 하지만 11월 18일 검찰에 당일 진압을 책임졌던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 경비과장, 살수차 운영 경찰관등 7명을 형사고발을 하였음에도 책임자 처벌은커녕 제대로 된 수사조차도 진행되고 있지 않다.
경찰청은 오히려 11월 14일 시위 진압을 맡았던 주요 경찰간부들을 모조리 승진시켰다. 무슨 이런 정부가 다 있는가? 무슨 이런 대통령이 다 있는가? 무슨 이런 국가가 다 있는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국가, 국민의 자유와 안전을 책임지지 못하는 정부, 국민의 생명을 도외시하는 공권력이 무슨 필요가 있는가?
사건발생 직후 120여 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생명과 평화의 일꾼 백남기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규탄 범국민대책위(아래 백남기대책위)'가 구성되었다. 대책위를 중심으로 11월 15일부터 서울대병원 앞에 농성장이 차려지고 지금까지도 농성장을 운영하고 있다. 6개월이 넘도록 매일같이 지역의 농민들이 상경하여 경찰청 항의방문, 거리홍보, 1인시위 등을 하고 매일 미사가 열리고 있다. 사건해결을 바라는 마음으로 지난 2월 보성에서 서울까지 17일간의 도보순례를 하기도 했다. 가족들은 지난 3월부터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하고 있기도 하다.
검찰고발과 국가인권위 진정, 경찰청 진정 등 법과 제도적으로 사건해결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으나 검찰의 수사는 지지부진하고, 국가인권위는 검찰 고발사안이라 직권조사가 어렵다 하고, 경찰 또한 검찰 핑계를 대며 자신들이 약속했던 자체 진상조사와 징계 등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그 어느 누구도 사과는커녕 자신들의 책임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니 그들은 6개월이 지난 지금 아예 우리를 없는 사람 취급을 하고 있다.
이제 기댈 곳은 여소야대 국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