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락녀 남구노인문화센터 사무국장.
김영숙
남구 용현동에 위치한 센터는 2007년에 설립됐다. 재단법인 인천교구천주교회유지재단이 남구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센터장은 인천교구 소속 한의열 신부다. 한 신부는 네 번째 센터장으로 개관 때 센터장이기도 했다. 정 사무국장은 센터의 장점이자 강점으로 센터장이 실무진의 경력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을 꼽았다.
"이곳에 오신 신부님들은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고 현장 경험이 있는 직원들을 존중합니다. 실무진을 믿어요. 우리가 뭔가를 하겠다고 하면, 믿고 지지해 주시죠. 그래서 우리도 일을 할 때 신부님을 믿고 의지해요. 우리가 무엇을 하더라도 든든한 배경이 돼주세요. 해보고 싶은 걸 마음껏 하라고 하시니까, 직원들이 노인복지와 관련해 마음껏 할 수 있는 분위기입니다."센터에는 센터장과 직원 6명이 일한다. 정 사무국장은 신뢰와 지지의 관계를 바탕으로 한 수평적 소통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조직 질서는 수직적으로 가되, 소통은 수평적으로 하자'는 분위기입니다. 직원 개개인이 책임과 권한을 갖고 일을 합니다. 수평적 소통의 예로,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 선배의 의견이 후배한테 깨지기도 하는데 불편하거나 기분 나빠하지 않아요. 자연스럽게 아이디어 회의를 할 수 있는 구조예요."'희망의 인문학'이 계기 돼
정 사무국장은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대학에 다닐 때 동기끼리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강의 내용을 토론하다보니 사회복지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었다. 그게 지금 사회복지분야에서 일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졸업하자마자 사회복지 분야에 뛰어든 건 아니다. 졸업 후 다른 일을 준비하다가 우연찮게 친구의 소개로 부천에 있는 사회복지단체에서 일을 시작했다.
"라디오 방송작가를 준비하고 있을 때였어요. 비가 많이 오던 어느 날 친구가 갑자기 면접한번 보라고 해서,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이력서 한 장 달랑 써서 반바지를 입고 갔죠. 면접관이 다섯 명이었는데 세 시간 동안 면접을 봤어요. 그런데 인상적이었던 건 '우리(면접관들)만 마음에 들어선 안 된다. 너도 우리가 마음에 들어야하지 않나?'라고 하면서 역으로 질문을 하라고 한 거였어요. 제가 받은 질문을 조금 바꿔 질문했는데, 사회복지와 관련한 근본적 이야기를 나눴던 거 같아요."1999년 부천에 있는 춘의종합복지사회관에서 사회복지사로서 첫 근무를 시작한 정 사무국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몇 년간 일했던 곳을 정리해야 했다. 그리고 한 신부님의 제안으로 이곳에서 다시 일을 시작했다.
"기존의 노인복지 패러다임과 다른 단체를 만들고 싶다는 제안에 동의했어요. 예를 들면 '희망의 인문학' 같은 거죠. 어르신들이 보호의 대상자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거죠. 젊은이들과 차이가 있다면 노동시장에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인데, 그곳에 없으면서 사회적으로 무기력한 이미지가 생긴 거예요. 정년을 앞뒀을 때와 정년퇴직했을 때의 이미지는 서로 확연하게 차이가 납니다."정 사무국장은 센터에서 일을 시작하고 나서 2008년에는 사회복지 관련 교수들과 연구 사업을 했고, 이듬해에는 인하대 평생교육원과 함께 노인들에게 인문학을 교육했다. 그 과정에서 노인들이 변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목격했다.
"강의 두 시간에 토론 한 시간씩을 진행했는데 참가한 강사들도 대학 수업보다 재미있다고 하더라고요. 어르신은 대학에서 교육받는 걸 신기해하며 좋아하시더라고요."한번은 기업형 슈퍼마켓(SSM, Super Super Market)이 지역 상권을 어떻게 죽이는지를 강의했는데, 강의를 들은 할아버지 한 명이 다음날 지역에서 열린 'SSM 반대 집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예전에 전통시장에서 장사를 했던 분이었단다.
주인이 돼 선배시민으로 살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