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5일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권우성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 24일 김무성 전 대표와 최경환 의원을 만나 도출한 '당 정상화 방안'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계파 수장 간 '밀실 담합'이란 비판이 분출되는가 하면 '3자 회동'의 당사자 중 한 명인 김무성 전 대표는 "합의가 아닌 자문"이란 입장을 내놨다.
결국, 20대 총선 참패 후 극심한 계파갈등을 겪고 있던 새누리당을 수습할 계기로 평가됐던 '3자 회동'이 새로운 논란을 야기한 셈이다.
앞서 이들이 3자 회동을 통해 도출한 '당 정상화 방안'은 앞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던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측 모두를 만족시킬 절충안으로 분석됐다.
우선, 비박 중심의 비대위 인선 등을 반대했던 친박 측의 요구를 일부 수용, 비상대책위원회와 혁신위원회를 단일화하고 당 주류·비주류 모두 합의할 수 있는 비대위원장을 추천하기로 했다. 또 비박 측에서 요구하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 변경을 수용하고 이와 관련된 당헌개정 작업 후 전당대회를 열기로 했다.
"3자 회동? 친박, 비박 가릴 것 없이 속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그러나 이에 대한 당의 1차적 반응은 '밀실 담합' 비판이었다. 특히 친박·비박 등 계파를 불문하고 이에 대한 '절차상 문제점'을 짚고 있다.
비박 성향의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25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제의 회동은 대표적인 중진 인사들의 의견 청취였을 뿐"이라며 "구시대로의 회귀"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3자 회동으로) 국민들에게 새누리당의 진로가 계파 보스 간 타협에 의해 결정되는 것처럼 비쳐진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특히 "비대위·혁신위 투트랙 체제는 당선자 전원의 설문조사에 근거한 사실상 의원총회 결정 사항이었다"라며 "따라서 이 결정을 번복하기 위해선 새로운 의총이 반드시 개최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즉, 3자 회동을 통해 도출된 '당 정상화 방안'은 정당한 절차와 추인을 거치지 않은 만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 의원은 김무성 전 대표와 최경환 의원을 향해서도 "당의 혼란을 막고자 나서준 두 분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어제의 회동이 당의 위기에 가장 책임 있는 두 분이 아무런 반성 없이 컴백하는 계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꼬집었다. "당사자들이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계파 해체 선언은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단일성 지도체제 전환' 문제에 대해서도 "이미 중진연석회의에서도 제안된 것으로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며 "더욱이 비대위에서 논의할 안건을 양 계파의 수장이란 분들이 합의하여 사전 가이드라인을 주면 비대위 내에서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하겠나, 그것은 명백한 월권"이라고 비판했다.
또 "혁신의 시작인 비대위원장 인선부터 계파 절충식이라면 어느 국민에게도 감동을 줄 수 없다, 비대위원장 인선은 두 계파의 합의를 전제로 해선 안 된다"라면서 "정 원내대표에게 전권을 주고 정 대표가 제시한 비대위원장 인선안에 두 계파가 조건 없이 동의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라고도 지적했다.
하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선, "(자신의 입장에) 동의하는 다른 의원들이 꽤 많다"라며 "친박, 비박 가릴 것 없이 속으론 부글부글 끓고 있다"라고 전했다.
또 "세련되게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3자 회동으로) 계파를 부각하는 방식이 당 혁신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며 "총선 참패에 책임지고 백의종군할 분들이 이를 빌미로 컴백하는데 악용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친박 성향의 정우택 의원 역시 이를 "대단히 어이 없는 행동"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이날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 "스스로 앞으로 친박, 비박 얘기를 하지 말자고 한 분이 (총선 참패 후) 떳떳하지 못하게 숨어 있던 사람들하고 앞으로의 문제를 협의했다"라면서 이 같이 말했다.
이어, "지도체제 문제도 혁신 비대위가 만들어지면 거기서 논의할 사항이고 최종적으론 의원총회에서 결정할 문제"라면서 "세 사람이 당의 지도체제를 결정하는 듯한 행동은 80,90년대 '3김시대'에나 있을 행동"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