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준 감독이 스턴트맨들을 지도하고 있다.
남유진
- 스턴트맨 시작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을 것 같습니다. "가방 하나 들고, 밤기차 타고 부산에서 서울 올라왔는데 막상 어디를 가야 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호주머니에는 돈 5만 원밖에 없고…. 그래서 서울역에서 노숙인들하고 같이 노숙했어요. 낮에는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녔고요. 체육관 가서 '여기서 이런 거 합니까?' '어디로 가야 돼요?' 묻고….
수입이 없으니까 1년 동안은 일을 했어요. 호프집이나 식당 같은 데 트럭에 술을 싣고 차로 날라주는 일이요. 오전 6시에 일어나서 일하러 뛰어가요. 오후 7시까지 일을 해요. 끝나면 다시 뛰어서 집으로 와요. 한강고수부지에서 새벽 2시, 4시까지 운동했어요. 하루 3~4시간 자면서 라면 한 끼 먹으면서 1년을 버텼어요. 집에선 도와줄 수가 없으니까…. 하고 싶은 게 분명히 있어서 그래도 좋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주말엔 촬영장 가서 뭐만 하면 다 손들고 '제가 하겠습니다!'. 칼 맞아 죽고, 찔려 죽고 다했어요. 나중에 방송 보면 활도 제가 쏘고 그 활도 제가 맞고 죽더라고요. 나중엔 무술감독 선배님들이 나이도 어린 게 잘한다고 계속 불러주셨죠. 그 뒤부터는 라면 한 끼가 두 끼가 되고, 두 끼가 세 끼가 되고, 끼니가 늘어났죠.(웃음)"
- 많이 다치셨을 것 같은데, 건강 상태가 어떤가요?"1년 12달 중에 6개월은 병원 신세를 졌어요. 발목, 무릎, 어깨, 머리 다친 적도 있고, 목, 허리 안 다친 데가 없어요. 무술감독 하면 굉장히 무술을 잘하고 건강한 철인 28호 같은 느낌인데 사실은 환자예요, 환자…."
"70살 먹어도 무술감독으로 현장에 있고 싶다"- 목숨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매력을 얘기한다고 이 기분을 알 수 있을까요? 혼자만의 희열 같은 게 있어서…. 너무 오랫동안 꿈꿔왔던 일이라 그런 것일 수 있겠죠. 이 일을 하다가 죽으면 어떡하냐도 하는데, 하지만 전 죽는다고 해서 두렵거나 무서운 건 없어요. 희한하게 그럼 더 멋있는 거 아냐? 자기 일을 사랑하니까 죽음을 감수하면서까지 한 거잖아. 죽고 다치고 이런 거에 대해선 고민이 없었어요."
- 어떤 영화를 좋아하세요?"제가 120번 정도 본 영화가 있어요. 주성치의 <서유기>인데 '월광보합' '선리기연' 이렇게 1, 2로 이어가는 영화거든요. 지금 봐도 안 질려요. 너무 좋아하다 보니까 이젠 대사까지 다 외워요. 저는 할리우드에서 작품 하고 그런 욕심 없고요, 주성치 한 번만 보고 싶어요. 사인 한 번 받고, 사진 찍고 그게 제 소원이에요. 이연걸, 성룡 하는데 저한텐 주성치가 최고예요."
- 스턴트맨 하면서 속상했던 적도 있었을 것 같아요. "배우랑 같이 액션을 했어요. 배우가 "아!"라고 소리쳤어요. 모든 스태프들은 배우가 다친 줄 알고 다 걱정해요. 사실 제 손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거든요. 같이 다쳐도 배우를 걱정하지 절 걱정해주진 않아요. 계속 잠을 못 잘 정도로 아프니까 병원에 가니 부러졌다고…. 발도 마찬가지예요. 발목 수술하고도 붕대 감고 촬영장에 갔어요. 끝나고 나니 발이 코끼리 발처럼 부어있더라고요. 그것도 모르고 일을 한 거죠. 당시에는 제가 다쳤다 하면 다음에 안 불러줄 것 같더라고요."
- 감독님의 꿈은 무엇인가요?"제 목표가 나이 70살 먹어도 무술감독으로 현장에 나와 있는 거거든요. 저는 이 일이 천직이에요. 정말 치열하게 살았어요. 이거 아니면 갈 데 없다는 마음으로…. 그리고 마지막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이런 거 있잖아요. 그렇게 끝났으면 좋겠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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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맞아 죽고, 찔려 죽고, 온갖 걸 다 해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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