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과 종로 일대에서 열린 2016 '몬산토 반대 시민행진'
임은경
지난 21일 토요일, 서울 광화문역 6번 출구 앞에서 'March Against Monsanto!'(몬산토 반대 시민 행진) 행사가 열렸다. 광화문역 6번 출구 근처인 광화문 S타워에는 우리나라 최대의 종자회사이자 세계 최대의 유전자조작작물(GMO) 생산 기업인 몬산토 코리아 본사가 위치해 있다.
GMO의 위험성을 알리고 몬산토에 항의하기 위해 벌인 이날 행진은 전 세계 400여 도시에서 동시에 개최되었으며, 한국에서는 한살림, 두레생협연합, 환경정의, 환경연합에코생협, 행복중심생협 등 소비자생협, 슬로푸드 한국협회, 민족회의, GMO Free Korea, 사회참여극단 돌쌓기 등 단체들이 함께 시민기획단을 꾸려 행사를 준비했다.
'March Against Monsanto!' 행진은 유전자조작식품의 위험성을 깨달은 미국인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타미 먼로씨가 처음 시작한 것으로, 2013년 5월에 처음 시작해 올해로 4년째를 맞고 있다. 먼로는 자신의 두 딸을 지키겠다는 생각으로 행진을 기획하고 SNS를 통해 전 세계에 동참을 호소했고, 이에 공감한 전 세계인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왔다.
이날 한국에서도 300여 명의 시민이 갖가지 깃발과 피켓을 들고 광화문역 인근 보도를 꽉 메웠다. 올해는 특히 지난해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행진에 모였다. 최근 농촌진흥청의 GM벼 포장 재배가 실시되면서 GMO에 대한 경각심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주곡인 쌀을 GMO로 개발해 국내에 상용화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에 학계와 시민단체, 농민들은 큰 우려를 표하며 반대에 나섰다.
세계 작물 종자 사용권의 67%, GMO 특허의 90%를 소유한 몬산토는 사실상 지구 전체의 식량 생산을 조종하는 장본인이다. 그동안 많은 논쟁을 일으켰던 DDT, 사카린, PCB(폴리염화비닐), 아스파탐, rBGH(소성장호르몬) 등을 개발한 것이 바로 이들이다. 베트남 전쟁에서 사용된 고엽제 에이전트 오렌지(Agent Orange;다이옥신이 주성분)를 개발했던 화학회사 몬산토는 이제는 세계 최대의 종자 회사로 얼굴을 바꿔 GMO 확산에 힘쓰고 있다.
몬산토가 개발한 GMO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GMO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옥수수의 90%, 콩의 97% 이상이 GMO이고, 우리가 먹는 수입 농산물은 대부분 이곳에서 들여온다.
GMO 수입 1위 한국, 주곡인 쌀까지 GMO 상용화 계획 과자, 빵 등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액상 과당 등 첨가물이 바로 이 옥수수로 만들어지고, 마트에서 파는 콩식용유와 된장, 간장, 고추장, 두부가 이 콩을 원료로 한 것이다. 시중에서 파는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와 달걀 또한 대부분 GMO라고 보면 된다. 거의 모든 농가에서 GMO 옥수수로 만든 수입 사료를 가축에게 먹이기 때문이다.
이날 집회에서 발언대에 선 정현찬 전 전농 의장은 "안전성 문제가 검증되지 않은 벼를 재배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 모두가 완주로 달려가 GM벼 심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국이 전 세계 GMO 수입 1위국이라는 사실을 지적하며, GMO 문제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자고 참가자들에게 호소했다.
박준경 한살림 서울 식생활위원회 위원장은 "GMO 재배가 상용화되면 우리 토종 씨앗이 남아나지 않고, 우리 밥상의 안전도 담보할 수 없다"며 전 국민이 나서야 할 심각한 문제임을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는 GMO 표시제가 제대로 실시되지 않아서 소비자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GMO를 먹게 되어 있다"며 "한살림은 GMO 완전표시제 실시를 강력히 요구한다. 우리의 정당한 요구가 관철되도록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