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여성 선택 살해 추모 나선 시민들18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지난 17일 새벽 노래방 화장실에서 발생한 여성 선택 살인 피해 여성을 추모하는 인파가 몰리고 있다. 추모를 위해 강남역을 찾은 시민들은 추모의 글을 적은 메모지를 붙히거나 헌화를 했다.
이희훈
우선 여성들이 강한 감정이입을 했다.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희생자를 추모하고 공포와 분노를 토로하는 포스트잇이 빼곡하게 붙고 꽃들이 쌓였다. '남성 중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나에게 해를 끼칠지 알 수 없는 공포스런 사회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울분'이 그녀들의 강한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반면 일베, 오유 등 인터넷의 남초 커뮤니티에는 '정신질환자가 일으킨 묻지마 살인을 가지고 대다수의 선량한 남성까지 잠재적 범죄자로 일반화하지 말라'며 반발하는 여론이 대세를 이루었다.
특히 일베 이용자들은 커뮤니티 내에서 여성들을 자극할 전략을 짜거나, 실제로 강남역 10번 출구에 수시로 나타나 여성들과 충돌을 빚었다. 살인 가해자의 실제 범행 동기가 무엇이었든 사건은 이미 '사회적 재맥락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여성이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는 '공포'라는 원초적 감정에 근거해 사회의 변화를 촉구했다면, 남성은 '숫자'의 논리로 자신을 방어하고 불쾌감을 드러내며 여성이 호소하는 위험의 무게를 다르게 측정했다.
이들에게 갈등이라면 회피하고 보는 양비론을 제시하는 건 대안이 될 수 없다. 응어리진 감정은 더 큰 혐오로 돌아올 뿐이다. 이해의 척도가 첨예하게 다른 양쪽에게 제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은 두 가지 서로 다른 척도, 즉 감정과 숫자를 포괄하는 관점이다.
STEP1. 여성이 느끼는 '공포'를 구체화해 보자우선 여성들이 느끼는 감정을 구체화·정량화 해보는 일이 필요하다. 이미 <시사IN>과 데이터 기반 전략컨설팅 회사 아르스프락시아가 지난 2015년 9월 17일에 내놓은 샘플 하나가 있다. 2015년 여성혐오에 대한 여성들의 반격 거점이었던 메르스갤러리의 2015년 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개념글' 전체를(2만7888건) 분석해 의미망을 추출했는데 일관된 정서는 '공포'였다(관련 기사:
'메갈리안' 여성혐오에 단련된 '무서운 언니들').
성폭력, 데이트 폭력, 살인 등 신체적 위협으로 다가오는 '범죄 공포', 남성이 여성의 신체를 성적 대상으로만 평가하는 '시선 공포', 피하고 싶은 '결혼 공포'가 세 축이다. 요컨대 여성들은 자신들의 '신체'가 남성에 의해 다양한 방식으로 위협을 받는 데 공포를 느낀다. 문제는 '메갤이 강남 여성 선택 살인에 감정이입을 하는 여성 집단의 표본이 될 수 있느냐'다. 우선 메갤이 현재 인터넷 여성 운동의 진앙지 같은 곳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메갤을 시작으로 현재 다양한 여성 커뮤니티들이 파생됐다. 패러디의 일종인 '미러링' 수위와 활동 콘셉트 등의 차이는 있지만 하나같이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인식하고, 추모 행사에 참여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양태를 보였다. 이들 커뮤니티에서 활동하지 않지만 관심을 보인 여성들에게까지 범위를 넓혀도 마찬가지다.
<경향신문>이 워드 클라우드 분석으로 추출한 포스트잇의 핵심 키워드를 보면, 추모 못지않게 '사회가' '여성'에게 '안전한' 상태가 아닌 '여성혐오'의 '잠재적' 위협에 놓여 있다는 공포를 확인할 수 있다(관련 기사:
[강남역 10번 출구 포스트잇] 1003건을 모두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YTN> 데이터저널리즘팀 권오은 분석담당이 <경향신문>의 자료를 토대로 명사, 동사, 형용사 별로 어휘 빈도를 상세 분석해본 자료를 보면 더욱 뚜렷해진다.
사람들이 평소에 자주 쓰는 형용사들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빈도를 보인 건 '무서운' '안전한'이었다는 게 권오은 분석담당의 설명이다(관련 자료:
남은 이들에게 남겨진 '안전한' 사회). 이번 사건이 신체에 대한 극단적인 위협인 '살인'이었다는 사실까지 보강하면, 그녀들의 감정을 '신체적 위협에 대한 공포'로 구체화하는 데 무리가 없다.
STEP2. 여성을 향한 '신체적 위협'을 정량화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