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아니라 '여자'여서 였다

[주장]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배경을 보고 대안을 찾아야 할 때

등록 2016.05.21 11:01수정 2016.05.2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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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가해자에게 여성을 죽인 원인은 '여자에게 무시 받아서'였다. 여자포함 분명 남자들에게도 수없이 무시받고 살아왔을 사람. 그렇다면 앞서 지나간 6명의 남자를 제외하고 여자에게 무시받았다는 이유로 여자를 죽인 것은 분명 여자가 자기를 무시하는 것이 남자가 자기를 무시하는 것보다 더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열이 받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소수의 사이코가 만들어지기까지는 개인의 정신적, 병적인 질환만이 문제되지는 않았을 것이다(개인의 병적문제만이라고 해도 왜 굳이 '모든 사람'이 아닌 '여자'에게만 병적인 마음을 품은 건지를 살펴야 한다). 이러한 개인이 나온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텐데 여자는 남자보다 아래라는 뉘앙스의 콘텐츠, 어딘가엔 존재하는 여성 혐오적 분위기, 그 범죄자를 둘러싼 주변엔 여성에 대한 차별과 자기보다 아래여야 할 여자가 자신을 무시하는 것이 혹여 자신에게 대드는 것처럼, 그래서 꽤 기분이 나쁜 일로 보여지게끔 하는 그런 환경이 자리잡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 환경을 보자. '사람이 날 무시해요'가 아니라 왜 '여자가 날 무시해요'였는지를(혹 '남자가 날 무시해요'였다면 그 남자가 남성을 혐오하는 남자였는지, 그 남자에게 왜 남자들이 무시를 하는 게 사람을 죽일만큼 기분이 나빴는지를, 그 환경을 살펴야 한다. 원인분석은 역의 상황에도 물론 동일해야 한다).

모든 남자들이 여성을 혐오하고 잠재적 범죄자일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더불어 남성혐오를 하는 것도 결코 아니다. 하지만 소수의 사이코라도 어쩌다 그렇게 된 건지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부분에 있어서 저 사람이 살고 있는, 그리고 자주 누리는 (예를 들면 sns나 커뮤니티 사이트가 될 수도 있고 주변 사람들이 될 수도 있다) 사회적 분위기를 절대 무시할 없다는 것.

분명 며칠 전에 일면식도 없는 여자가 여자라는 이유로 죽임 당했고, 저런 소수의 사이코도 살아가는 게 이 세상이다. 그런 소수에게조차 무서움을 느끼고 벌벌 떨어야 하는 게 여자들이다. 물론 언제든 남자고 여자고 할 것 없이 다 범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어떤 이유에서든 여자라는 이유 하나로 죽임 당한 사건 또한 터졌다는 것에서, 이 부분을 안일하게 그냥 넘길 순 없다고 생각한다.

과거부터 자기보다 약해서, 나한테 '개겨서', 그냥 화가 나서와 같은 말도 안되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죽인 사람들은 많았다. 하지만 이 말도 안되는 이유로도 사람은 결국 죽었고, 개겨서 죽은 것이라면 대체 왜 개기면 안 됐는지, 개기는 게 왜 사람을 죽일만큼 기분이 나쁜 것인지에 대한 원인 분석은 하는 것이, 화가 나서 죽였다면 왜 화가 났는지에 대한 원인분석 정도는 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하려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렇다면 여자여서 죽은 이 사건도 왜 여자여서 죽었는지, 왜 여자에게 받은 무시만 그렇게 화가 난 건지, 그리고 그 사람이 그렇게 되기까지 그것에 일조한 사회의 분위기는 어떤 것인지 먼저 파악을 하는 게 맞다고 본다. 이 사건의 동인이 굉장히 충격적인 것만큼 그 이면에 어떤 상태로 이 범죄자가 살아왔는지, 어떤 환경에 놓여있길래 그런 것인지 반드시 살펴봐야함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내가 그 대상이 됐을지도 모르는데...'와 같은 생명의 불안감을 느끼는 여자들의 마음을, 불특정 다수의 남자들에게 정말 미안하고 싫지만 막연한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 마음을 이해해달라는 것이다.

단순히 돈을 뜯기고 사랑에 배신을 당하는 정도가 아니라 목숨이다. 생명을 걸고 하루 하루를 살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세팅해버린 게 바로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이다. 세간의 이목이 주목된 만큼 그 두려움은 평소보다 배가된다. 그리고 이 사건 이후로 여자와 남자대 대결구도로 싸우는 형태가 많아진 이 상황에서 또 소수의 사이코들에게 2차 범죄가 나올 가능성도 아예 없진 않을 것이다.


'그냥 미친 사람 한 명이 아무 여자나 정해서 저지른 사건이다'라고, '그래도 난 안 당했잖아' 혹은 '그래도 넌 그 자리에 없었으니까 다행인 거야, 너무 불안해 하지마, 다 운이고 누구나 다 범죄엔 노출돼 있어'라고 치부해버리고 끝낼 수는 없다. 이 세상에는 여자들도 남자들도 다 같이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에서 사이코의 표적은 '여자'였음을 기억해야 한다.

남자 대 여자로 싸울 게 아니라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를 더 살펴야 할 시간같다. 누구도 두렵지 않은 곳을 만들기 위해, 누구도 의심 받지 않는 곳을 만들기 위해 더 고민해야 할 시간에 여혐이니 남혐이니 이런 단어를 가지고 싸우는 모습은 안타까움 그 자체다.
#여성 #강남역 #여성혐오 #남성혐오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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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기사와 문학 그리고 영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저의 부족한 생각과 관찰을 통해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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