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상무 화백 최근 작품들. 왼쪽부터 <달려라 꼴찌> 2014년 복간본, 성인이 된 독고탁이 등장하는 골프 만화 <이상무의 왕초보 골프 가이드>, 2011년 펴낸 조갑제 원작 <만화 박정희>
김시연
지난 1월 한 부고 기사가 옛 추억을 일깨웠다. '독고탁의 아버지' 고 이상무 화백이 지난 1월 3일 작업 도중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향년 70세. 본명은 박노철이지만 우리에겐 이상무란 필명이 더 친숙하다.
매달 어린이잡지 보는 재미에 빠졌던 1980년대, <소년중앙> <어깨동무> <새소년>에 딸린 만화 별책부록은 하나같이 잡지보다 두꺼웠다. 당시 이상무, 허영만, 이현세로 대표되는 3대 야구 만화가들 가운데서도 '짱구머리' 독고탁이 등장하는 야구 만화 '달려라 꼴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한국 프로야구 출범 직후인 1982년 <소년중앙>에 연재를 시작한 '달려라 꼴찌'는 32년 만인 지난 2014년 10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복간하기도 했다. 복간본은 지난 82년부터 88년까지 6년에 걸쳐 연재한 1, 2부 가운데 고교야구를 배경으로 한 1부만 6권에 담았다.
30년 만에 돌아온 '달려라 꼴찌', 시대 초월한 야구 열정'달려라 꼴찌'는 독고탁이 이상무 화백의 고향이기도 한 경북 김천을 떠나 서울로 오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키는 작지만 빠른 발과 타고난 야구 감각을 지닌 독고탁은 우수고등학교 야구부 후보 선수로 출발하지만 타자 앞에서 S자로 휘어 들어가는 '드라이브 볼'과 같은 마구(변화구)로 고교야구 스타로 발돋움한다.
교복 자율화 이전 새까만 교복 차림에 빡빡 깎거나 땋은 머리, 기차 내부나 주택, 거리 풍경 등은 어색하지만 이야기 흐름은 요즘 보기에도 손색이 없다. 야구란 소재만 빼면 1978년 작품 <비둘기 합창>에서 나타난 이상무 화백 특유의 휴머니즘이 가득하다. 일찌감치 부모를 잃고, 포장마차에서 국수를 팔아 자신을 뒷바라지하는 동생과 단 둘이 어렵게 살아가는 탁이지만 당시 유행하던 '명랑만화' 주인공처럼 늘 장난기 넘치면서도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국민 캐릭터다.
그에게 드라이브 볼을 가르친 조규식은 한때 잘나가던 명투수지만 경기 도중 완성되지 못한 마구를 던져 독고탁의 아버지를 숨지게 만든 뒤 폐인이 돼 집밖을 떠돈다. 그가 아버지의 '원수'인 줄도 모르고 마구를 배운 독고탁은 조규식의 아들인 우수고 4번 타자이자 포수인 조봉구와 배터리를 이루고, 딸인 슬기에게 치기어린 연애 감정을 품으면서 결국 '양가'가 극적으로 '화해'한다. 이상무 화백의 1966년 데뷔작도 원수 가문을 그린 '로미오와 줄리엣'을 모티브로 한 꽁트 만화 '노미호와 주리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