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의 위키리크스 발견
공갈만
여기서 '위키리크스'를 소개하고 지나가자.
2006년에 설립한 위키리크스를 우리 언론은 '폭로 전문 사이트'라고 소개하곤 한다. 위키리크스는 2010년 4월 5일 미국 워싱턴에서 비디오를 하나 공개하며 존재를 알렸다. 미국 아파치 헬기가 민간인을 살상하는 장면을 담은 비디오였다. 전 세계 180여 개국에 있는 해외공관 289여 곳과 미 국무부가 주고받은 25만여 건의 외교문서를 2011년 8월 31일과 9월1일 사이 모조리 사이트에 올리면서 역사상 최고라 할 수 있는 폭로가 시작됐다.
'강릉의 위키리크스'인 <하이강릉>도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다. <하이강릉> 운영자는 강릉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남권씨다. 2005년 12월 20일 <하이강릉>을 오픈한 김남권씨는 강릉시의원에게 메일을 보냈다. 공약 진행상황을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응답이 없으면 해당 시의원 사진에 큰 글씨로 '거부'라는 마크를 찍어 인터넷에 올렸다.
<하이강릉>은 어떻게 태동한 것일까?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샌지가 컴퓨터 프로그래머 일을 했던 것처럼 김남권씨는 선거 기간 홈페이지를 만드는 일을 하면서 선거 이면을 알게 됐다. 국회의원이나 시장 공약은 언론에서 중간 점검을 하지만 시의원은 선거가 끝나면 확인할 곳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남권씨는 시의원 공약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2년이 지난 2008년 4월 1일 <하이강릉>은 시의원들 답변을 게시하면서 존재를 알렸다. 그리고 2011년 8월 <하이강릉>을 통해 지역을 발칵 뒤집은 폭로가 시작됐다. 이 폭로가 시작되자 지역 국회의원 권성동과 친척 권은동은 <하이강릉>을 상대로 '언론보도금지보도가처분(2011카합)○○)을 제기했고 로펌 변호사 4명을 내세워서 손해배상(2011가합○○) 소송을 제기했다.
강릉시 또한 변호사 3명을 내세워서 손해배상(2011가합○○)소송을 제기했고 권은동은 또 다른 손해배상(2011가합○○)을 청구했다. 물론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하는 것도 포함됐다. 이들이 제기한 소장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려 있었다.
"피고 김남권은 같은 달 19일 이 사건 기사를 <시사IN>에서 가져와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신문 하이강릉의 '쟁점토론'란에 게재하였습니다."즉, 김남권씨가 <시사IN> 기사를 '펌질'했다는 것이다. 김남권씨는 그동안 스스로 편집국장이라고 불렀다. 편집국장이 하는 일은 강릉과 관련된 사회와 정치 분야 기사들을 펌 질하여 사이트 올리는 것이었다. 기사 중요도에 따라 배치하는 것도 편집국장 권한이다. 기사 출처는 <강원도민일보>, <강원일보>, <강릉MBC>, <강릉KBS>, <JTB> 같은 지역 언론이었다.
기자들은 강릉시민이 <하이강릉>을 자주 방문해 뉴스가 확대 재생산되는 효과를 봤기 때문에 저작권을 문제 삼지 않았다고 한다. 방문객이 동일한 뉴스라도 하이강릉을 찾는 두 번째 이유는 기사에 달린 댓글 구경 때문이었다. <하이강릉>은 중앙에서만 시끄러울 그런 기사를 지역으로 유통했다. 지역 토호들이 김남권씨 <시사IN> 펌질을 문제 삼으면서 그는 언론중재위원회에 드나들게 됐다. 어딜 가든 판사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김남권씨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