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선 된장마저도 무심하게 먹으면 안 된다

전남 강진 경포대산장 촌닭육회와 양념구이, 절묘한 맛 놀라워

등록 2016.05.19 10:19수정 2016.05.1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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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맛깔스러워 보이는 양념구이용 촌닭과 닭육회다.
참 맛깔스러워 보이는 양념구이용 촌닭과 닭육회다. 조찬현

 남도의 별미인 촌닭육회는 그을린 닭껍데기와 닭가슴살 부위를 사용한다.
남도의 별미인 촌닭육회는 그을린 닭껍데기와 닭가슴살 부위를 사용한다. 조찬현

촌닭구이가 곰삭은 파김치와 이렇게 잘 어울리다니. 양념한 촌닭을 노릇하게 구워내 파김치를 감아먹는 맛은 가히 놀랍다. 남도에는 내놓으라는 솜씨의 촌닭집이 참 많다. 대부분 닭육회를 비롯해 닭구이 닭백숙 등 코스로 선보이는데 이집 또한 그중 한 곳이다.


촌닭요리 전문점인 이곳은 전남 강진군 성전면 경포대에 있는 경포대산장. 월출산 국립공원 입구에 있다. 주변 경치가 빼어난데다 식당 옆에는 개울물이 흐르고 음식 맛도 좋은 곳이다. 사전 예약을 하고 찾아가는 게 좋다.

촌닭육회는 참기름장에, 촌닭구이는 상추쌈이 좋아

 경포대산장 닭코스요리 기본 상차림이다.
경포대산장 닭코스요리 기본 상차림이다.조찬현

기본상이 차려졌다. 일행들의 시선은 놀라움 그 자체다. 참 맛깔스러워 보이는 양념구이용 촌닭과 닭육회다. 갖은 양념에 맛깔나게 무쳐낸 촌닭은 구워먹고 닭육회는 상추쌈을 한다. 남도의 별미인 촌닭육회는 그을린 닭껍데기와 닭가슴살 부위를 사용한다. 닭똥집도 날걸로 참기름장에 먹는다. 주당들에게 최고 인기다.

이 집은 반찬도 참 맛깔나다. 입맛을 사로잡는 새콤한 파김치는 물론이고 주인장이 월출산 자락에서 뜯어와 된장에 조물조물 무쳐낸 취나물무침과 직접 담근 열무김치 묵은지 등에서 남도의 참맛을 오롯하게 느낄 수 있다.

상추쌈 양념으로 내온 된장 또한 무심하게 먹으면 안 된다. 숙성된장 속에는 고향의 그리움이, 어머니의 손맛이 함축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집 반찬은 파김치고 뭐고 다 제가 농사지은 겁니다. 머위와 취나물도 직접 산에서 채취한 겁니다."

 주인장이 맛보라며 권한 칡꽃술 한잔에 기분이 좋아진다.
주인장이 맛보라며 권한 칡꽃술 한잔에 기분이 좋아진다. 조찬현

 숙성된장 속에는 고향의 그리움이, 어머니의 손맛이 함축되어 있다.
숙성된장 속에는 고향의 그리움이, 어머니의 손맛이 함축되어 있다. 조찬현

 맛있는 촌닭구이 상추쌈이다.
맛있는 촌닭구이 상추쌈이다.조찬현

자연에서 얻은 맛은 순수하다. 자연산 식재료로 만든 반찬을 음미하며 먹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행복해진다. 주인장이 맛보라며 권한 칡꽃술 한잔에 기분이 좋아진다. 자신이 아끼는 귀한 걸 손님에게 망설임 없이 내주는 마음, 이게 진정한 남도의 인심이다.


닭육회 안주삼아 술잔을 기울인다. 어느새 불판에서는 촌닭불고기가 맛있게 익어가고 있다. 그 소리는 빗소리인 듯 자꾸만 귓전에서 맴돈다. 닭 익는 소리가 술을 부른다. 술맛은 자고로 분위기다. 분위기에 죽고 분위기에 산다. 경치 좋고 분위기 좋은 이곳에서 그 누가 어찌 술잔을 마다할까.

닭백숙 '뽀땃하게' 더 끓여... 속풀이하고 닭죽으로 마무리

 닭백숙으로 내온 닭이 제법 큼지막하고 오지다.
닭백숙으로 내온 닭이 제법 큼지막하고 오지다. 조찬현

다가오는 무더운 여름날에는 일찍 서둘러 와야겠다. 계곡물이 시원스레 흘러가는 개울가 평상에 자릴 잡고 앉아 이 맛난 음식을 즐겨야겠다. 첨벙첨벙 물장구치며 물놀이도 하고 싶다.

닭백숙이다. 국물이 노랗다. 닭구이로 먹고 육회살을 발라냈는데도 닭이 제법 큼지막하고 오지다. 촌닭의 크기가 가늠이 된다. 인삼 당귀 대추 등 갖가지 한약재에 푹 삶아냈다. 닭코스 요리 중 하나인 백숙은 일반적으로 접시에 담아낸다. 그러나 이집은 항아리 가득이다. 닭곰탕처럼 국물이 진하고 살코기도 푸짐하다.

 닭곰탕처럼 국물이 진하고 살코기도 푸짐하다.
닭곰탕처럼 국물이 진하고 살코기도 푸짐하다. 조찬현

 촌닭구이와 잘 어울리는 곰삭은 파김치다.
촌닭구이와 잘 어울리는 곰삭은 파김치다.조찬현

살코기를 건져 발라먹고 국물은 더 끓여낸다. 국물을 더 끓였더니 고소한 맛이 유난히 진하고 좋다. 진한 국물을 마시니 속이 다 시원해진다. 보신에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닭백숙에 불린 쌀과 녹두를 풀어 넣었기 때문에 더 끓여내면 닭죽이 된다.

"닭 국물을 뽀땃하게 더 끓여야 맛있습니다."

보글보글 더 졸였다, 주인장의 말마따나 '뽀땃하게'. 닭국물로 속풀이하고 닭죽으로 마무리한다. 닭죽은 약간 퍼지게 끓여내야 맛의 깊이가 더해진다. 경포대산장의 촌닭요리, 월출산에 떠오르는 보름달이 연상되는 맛이다.

 경포대산장의 메뉴
경포대산장의 메뉴조찬현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경포대산장 #월출산 #경포대 #맛돌이 #전남 강진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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