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의 변호사, 배짱기업과 맞짱뜨다
김주영, 문학동네
저자는 유명한 회사를 상대로 굵직굵직한 소송을 해왔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증권사와 회계법인까지 개미 투자자들에게 해를 입혔다고 판단된 모든 법인이 대상이었다. 책에서 언급되는 회사만 해도 대우전자, 바이코리아펀드, 세종하이테크, LG그룹, 현대전자, 현투증권 등 국내의 저명한 기업들이다. 이런 기업들을 상대로 개미 투자자를 모아서 소송한다는 것 자체가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우선 증권 소송과 관련한 판례가 부족하기 때문에 변호사는 자신의 모든 논리를 끄집어내서 소송에 임해야 한다. 도와줄 사람도 없다. 개미 투자자의 숫자가 많아 소송 진행과 관련한 설명과 설득은 어려운 반면 손해배상 비용은 생각보다 적다. 상대 회사는 대형 로펌을 선임할 것이고 소송은 5, 6년은 기본이 된다. 패소 시에는 소송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대기업은 긴 소송과 소송 비용을 감당할 체력이 있지만 개미 투자자들은 이에 맞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회사도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개미 투자자들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장하지 않는다. '개미'들 앞에서 '배짱'을 부리는 것이다. 주주총회를 열면서 소액주주들을 밖에 두고 일사천리로 감사보고를 진행해 버리기도 하고, 편법을 통해 사주의 재산을 증식시키고 개미 투자자들의 주식 가치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건전한 광고가 아닌 주가조작에 가까운 기업 운영을 시도하기도 한다.
저자는 참여연대에서 다른 사람들과 힘을 합쳐 이러한 편법과 부당에 맞서 싸웠다. 주주총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통해 소액주주를 무시한 주식총회에 일침을 가했고, 개미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민사 소송을 진행하여 손해배상금을 물어내도록 하는 대법원 판결을 끌어냈다.
비록 원고의 수와 손해배상액이 적더라도,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못하도록 선례를 남기는 의의가 있는 활동을 진행했다. 법정 바깥에서는 소액주주운동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편법적인 기업 운영에 경종을 가하는 사회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이 책에 기록된 10건의 소송 중에는 패소한 사건들도 있기 때문에 다윗이 골리앗을 물리친 것과 같은 통쾌한 승리의 기록만을 담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진정한 승리는 결국 진실을 깨닫는 것이었고, 무엇보다 큰 진실은 내 안의 두려움과 탐욕, 교만과 분노를 직면하는 것이다.' - 머리말에서물론 저자도 신이 아닌 만큼 패소하기도 하고 승소하기도 한다. 자신의 변론이 정말 적합한 것이었는지 고뇌하는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비참하게 무시당하는 개미들의 권리와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이런 진정성이 그 많은 개미 투자자들로 하여금 저자와 함께 법원에 달려가게 한 원동력이었을 것이다.
이 책에는 그저 저자가 쌓아온 경험과 법원을 상대한 법리만 담겨있는 것은 아니다. 매 소송마다 승패 여부에 따라 마음을 졸이고, 승소했을 때는 개미 투자자들과 희열을 함께하고 패소했을 때는 비통한 감정을 공유한 한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상대적인 약자를 대리하는 변호사로서 혹시 자신이 교만하지 않았는지, 법원을 설득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는지를 고뇌하는 모습도 묻어난다. 의뢰인에게 성실한 변호사를 지망하는 사람이나, 소액 주주의 권익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할 만한 책이다. 주식과 관련한 기업들의 꼼수에 대해서도 살펴볼 만하다.
개미들의 변호사, 배짱 기업과 맞장뜨다
김주영 지음,
문학동네,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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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앤장 떠난 변호사가 왜 이런 '아찔한' 사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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