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지난 4월 진행된 20대 총선거에서 '총선교육연석회의'는 각 정당에게 교육정책 제안서를 보냈다. 여러 항목 중 교원 성과급제와 교원평가 제도에 대한 입장을 묻는 것이 있었다.
교원 차등성과급제의 폐지에 대해서 더민주, 국민의당,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등 주요 야당이 모두 찬성하고 오로지 새누리당만 반대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을 제외한 정당들이 성과급 차등 지급을 반대하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는 총선 패배 이후에도 오히려 교원성과급 차등폭을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그렇게 좋은 제도면 박근혜 대통령과 이준식 교육부 장관, 그리고 국회의원들부터 차등성과급을 도입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비아냥이 쏟아지고 있다.
대통령은 2억1200만 원, 장관은 1억2천만 원, 20대 국회의원은 1억3800만 원 정도의 연봉을 받고 있다. 대통령부터 국민들로부터 직무평가를 해서, 예를 들어 국민 지지율이 50% 이하면 연봉의 절반을 반납하고, 30% 이하는 아예 연봉 전액을 받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국민이 있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뭐라고 말할까?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인 이준식 장관을 비롯하여 장관급 공무원들도 모두 직무평가를 하여 1등부터 꼴찌까지 등수를 매겨 국민에게 공개하고 성과급을 차등지급하는 것은 왜 안 할까? 300명 국회의원들도 득표수나 지지율, 법안 발의 수 등에 따라서 성과 평가하여 성과급을 차등지급하자는 국회의원은 왜 없을까?
교사들의 직무 성과에 꼭 등수를 매기고 차등적으로 성과급을 지급해야겠다면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들, 그리고 국회의원부터 성과급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스승의 날, 최고의 사기 진작 방안은 따로 있다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서울의 한 교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 일부이다.
"올해도 S등급을 받게 되는 사람들은 동료들의 시선에 불안할 것이고, B를 받게 되는 사람들은 **을 읊조리며 S로 추정되는 사람들을 경멸의 눈초리로 바라보겠지. 균등분배의 전통이 널리 퍼진 곳은 좀 덜하려나? 스승의 날이다. 대통령부터 교육부 장관, 그리고 시도교육감까지 스승의 날을 축하한다며 교사들에게 편지를 쓰고, 축하 인사를 한다. 교사들의 사기 진작 방안이랍시고 이것저것 또 정책을 발표한다. 그러나 교사들은 솔직히 스승의 날을 축하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다.
특히, 올해 스승의 날을 며칠 앞두고 발표된 교원성과급 차등 폭 확대, 성과급 균등분배 교원 파면 방침을 보면서 교사들은 씁쓸함을 느낀다. 교사들의 등급을 매겨 돈 몇 푼으로 차등하겠다는 것도 싫은데, 똑같이 성과급을 나누겠다는 교사들을 칭찬하지는 못할망정 파면하여 교단에서 쫓아내겠다는 방침에 분노가 치민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협동과 공동체 의식을 배우는 것이 교육이라면, 그것을 가르치는 교사들끼리의 협력은 살아있는 교육 실천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교사들끼리의 이 소중한 협력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성과급이라는 괴물로 교사에게 모욕감을 주고, 교단을 분열시키고 있다.
단언컨대 교사들에게 차등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사기진작 방안이 아니라 사기를 저하하는 정책이다. 2016년 스승의 날에 교사들이 선물로 받고 싶은 것은 카네이션 100송이가 아니다. 제자들이 불러주는 백번의 스승의 날 노래도 아니다. 박근혜 정부가 교원성과급을 폐지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교사들에게 최고의 스승의 날 선물이자 최고의 교원 사기 진작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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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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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 성과급? 대통령·장관부터 성과대로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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