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역 가는 길경북 봉화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시골풍경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 많답니다. 밭 한 가운데에 외딴집이 있는 풍경이 멋스럽습니다. 그 둘레로 난 길도 아름다워요.
손현희
차창 밖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연신 감탄을 내뱉고 하나라도 놓칠세라 부지런히 사진을 찍었지요. 그러나 이내 마음이 숙연해졌어요. 아니, 갑자기 가슴이 뜨거워지고 콧등이 시큰해졌지요.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다 돌아보며 여행해 본 건 아니지만, 나름대로 참 많이 다녀봤는데 열차 안에서 내다보는 풍경 때문에 이렇게 가슴 벅차 본 적이 없었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태백 황지연못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낙동강 물이 유유히 흐르고 그와 함께 늦가을 조금은 서글픈 풍경들, 군데군데 밭 한가운데 외딴집들이 하나 둘씩 보이고, 그 둘레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 또 몇 사람이 모여서 타작을 하는 풍경을 보니, 어릴 적 아련한 추억이 자꾸만 밀려오고 있었어요.
그런 풍경들을 보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는데,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계속 흐르는 거예요. 이런 나를 보고 남편이 지금 우는 거냐고 묻는 거였어요. 열차 안에는 영주로 가는 아낙네들 몇 사람이 두런두런 얘기를 하고 있을 뿐, 칠칠치 못한 내 모습은 들키지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강물도 내 손 끝에 있고, 작은 밭뙈기도 내 손 끝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