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 작가의 야구 웹툰 <클로저 이상용>(RHK)
김시연
"눈이 아닌 머리로 봐야 알게 되는 진짜 야구."요즘 야구 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뭐든 한번 꽂히면 깊이 파는 성격이라 야구 관련 자료는 인터넷부터 책, 영화, 만화까지 샅샅이 훑었다. 그러다 눈에 띈 작품이 스포츠 웹툰 작가 최훈의 <클로저 이상용>(전 10권, 알에이치코리아)이다.
야구광으로 알려진 최훈씨가 지난 2013년 4월 8일부터 <스포츠동아>에 연재한 이 작품은 지난 4월 8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꼬박 3년에 걸쳐 한 작품을 완성한 작가의 열정도 대단하지만, 단행본 10권에 해당하는 757화를 3년 동안 꼬박꼬박 챙겨본 독자들의 '팬심'은 경이로울 정도다. 특히 인터넷 지식백과 '나무위키' 등에는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특성과 행적들까지 상세하게 기록돼 작품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독고탁-오혜성의 '초능력' 대신한 이상용의 '두뇌 피칭'야구에서 마무리 투수를 뜻하는 '클로저(Closer)', 이상용은 1980년대 야구 만화 주인공들과는 전혀 다르다.
올해 1월 타계한 고 이상무 화백의 독고탁이 던지는 S자로 휘는 마구와 빠른 발, 이현세 화백의 <공포의 외인구단> 주인공 오혜성을 무려 8할 타자로 만든 '드라이브 타법'이나 시속 160km를 넘나드는 강속구 같은 '초능력'은 없다.
이상용은 130km/h대 초반 평범한 속구로 2군에서만 10년 넘게 버티며 절치부심하는 그저 그런 무명 선수일 뿐이다. 공교롭게 그의 별명은 '뽀빠이 이상용'과 단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뽀빠이'다.
이상용은 '시금치' 대신 상대 타자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관찰, 절묘한 볼 배합 같은 이른바 '두뇌 피칭'으로 자신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한다. 부상당한 마무리 투수 대신 1군에 등판할 기회를 잡은 이상용은 오랫동안 갈고닦은 필살기까지 더해 꼴찌로 전락한 팀을 위기에서 구한다.
자칫 뻔해 보이는 줄거리지만 실제 KBO 프로야구와 비슷한 팀 구성과 선수 캐릭터, 야구 이론뿐 아니라 구단과 선수들 속사정에 정통한 최 작가의 배경 지식들이 어우러져 작품의 현실감을 높인다.
여기에 야구팬들이 평소 접하기 어려운 구단 프런트(운영자)들 이야기도 흥미롭다. 이 작품의 전작인 'GM(제너럴 매니저)'이나 후속작인 'GM2(드래프트의 날)'도 뛰어난 선수를 영입하려는 구단 스카우터들이 주인공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야구팀과 선수의 실제 주인공을 찾는 것도 색다른 묘미다. 이 작품에는 이상용 선수가 속한 서울 게이터스를 비롯한 9개 구단이 등장한다. 팀의 성격이 서로 뒤섞여 있지만 연재를 시작한 2013년 당시 지역 연고 기준으로, 서울 게이터스는 LG 트윈스, 서울 재규어스는 두산 베어스, 수원 램스는 현대 유니콘스나 넥센 히어로즈, 인천 돌핀스는 SK 와이번스, 대전 블레이져스는 한화 이글스, 광주 호넷츠는 기아 타이거즈, 대구 트로쟌스는 삼성 라이온스, 부산 선데빌스는 롯데 자이언츠, 신생구단인 매드독스는 NC 다이노스를 연상시킨다.
낯설지 않은 캐릭터들, KBO 구단-선수 분석 돋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