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린재는 민들레씨를 솜이불로 여기면서 몹시 좋아할까?
최종규
이 봄에 아이들하고 날마다 밭을 일굽니다. 지난 다섯 해 동안 묵힌 밭을 날마다 두 평씩 갈아서 씨앗을 심습니다. 기계로 하면 한나절도 안 걸릴 밭일이지만 한 달 남짓 차근차근 밭일을 합니다. 어찌 보면 밭놀이일 수 있고 '소꿉밭'일 수 있습니다. 한나절 만에 다 갈아서 씨앗을 심고 끝내는 밭일도 나쁘지 않지만, 아이들이 늘 밭을 살피며 흙을 만지며 함께 놀기를 바라면서 소꿉밭을 짓습니다.
소꿉밭을 다 지은 뒤에는 다른 살림을 만져요. 보드랍고 싱그럽게 올라오는 나물을 훑어서 밑반찬을 마련하고, 겨우내 미룬 헛간 치우기를 합니다. 서재도서관 책꽂이를 손질하고, 이불이랑 봄옷을 빨며 방을 새로 꾸밉니다. 그리고 찔레싹을 한가득 훑어서 찔레무침을 합니다. 한 소쿠리는 날찔레를 고추장으로 무칩니다. 한 소쿠리는 데쳐서 된장으로 무칩니다. 소복히 담은 찔레무침 한 접시를 들고 마을회관으로 갑니다. 마침 낮밥을 자시던 할머니들이 찔레무침 접시를 보시더니 "두릅이요?" 하고 묻습니다. "아니에요. 드셔 보셔요." "이게 뭔가?" "찔레요."
빈 접시를 들고 집으로 돌아와서 조영권 님이 쓴 <참 쉬운 곤충 이야기>(철수와영희,2016)를 읽어 봅니다. 이 봄에 돋아서 솜털날개를 달고 날아오르는 흰민들레를 살펴보면 어김없이 노린재가 민들레씨를 붙안으면서 놀곤 합니다. 노린재는 짝짓기를 할 적에 솜털씨앗이 폭신해서 좋아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