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고민하는 사이 남의 집이 되어버린 유수암리의 작은 전원주택.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우연히 이 집을 발견했을 때 느꼈던 아쉬움이란.
이영섭
때문에 우리가 제주 집을 알아보는 방법은 단순무식 그 자체였다. 다른 제주 이주민들의 얘기를 듣자면 마을 이장님을 찾아가 매물이 나온 집을 묻는다거나, 무작정 마음에 드는 집을 골라 주인에게 팔기를 청했단다. 소심하기 짝이 없는 우리로써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무용담이었다. 이장님을 찾아가 빈집을 묻는다니! 그렇게 용감할 수가!
성격상 그런 일은 절대 불가능할 거라고 결론을 내린 우리는 서울에 있는 동안 오일장과 교차로를 뒤적거리며 취향과 예산에 맞는 집들을 미리 선별했다. 그리고 제주에 도착하면 매물로 나온 집들이 위치한 곳을 지역별로 묶은 후 해당 마을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주변을 탐색해나갔다.
생활정보지에 대한 정보와 인터넷상의 정보를 조합해 대략적인 탐색범위를 설정한 후(그래 봐야 XX동, XX리에 있구나 하는 정도가 정보의 전부다) 매물 사진을 토대로 그 집을 찾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수색해나가는 방식이다.
놀랍게도 이 무식한 방법으로 우리는 매물로 나온 집의 90% 이상을 실제 눈으로 확인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단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