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의원 C형간염 집단감염 피해자 대책위원회가 5월 2일, 서울 중구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와 서울시에 치료비 선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지난해 11월 20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주사기 재사용으로 다나의원 환자 97명이 C형간염에 집단감염된 사실을 발표했다. 이들 중 일부는 다나의원 관계자와 합의했지만, 대부분은 정부의 대책을 기다려왔다.
이에 환자단체연합회에서는 작년 12월 18일, 비공개로 '환자샤우팅카페'를 열어 이들의 사연을 듣고 올해 1월 11일,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 신청서를 접수하기도 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 신청을 한 지 약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조정은 완료되지 않았다. 피해자 97명 중 일부는 C형간염이 악화되어 완치율이 60~70%에 불과한 기존의 만성C형간염 약으로 치료를 시작했으나,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한 경우도 있다. 현재 C형간염이 간경화로 진행되어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도 존재한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양아무개씨는 "작년 7월부터 심한 복통과 구토, 오심의 증상이 있어 대학병원에 갔다가 다나의원 방문 후 C형간염에 감염된 것을 알았다"며 "급히 치료를 시작했지만 한 달간의 고열, 탈모, 시력 이상, 피부질환 등 부작용이 심해 치료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부작용으로 인해 매일 화만 내는 엄마를 무서워하던 아이가 이제는 행복해하며 저를 바라본다. 아이의 웃음을 지켜주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치료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원주 C형간염 집단감염만 치료비 먼저 지원하겠다? 올해 2월 26일 원주시 한양정형외과의원에서도 다나의원의 사례와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곳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 430여 명이 C형간염에 집단감염됐다.
비슷한 사건이지만 정부의 대응은 달랐다. 3월 4일 원주 한양정형외과의원 원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3월 7일 보건복지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치료비를 우선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기자회견에 참가한 다나의원 피해자 김아무개씨는 "원주 한양정형외과의원 피해자들은 원장의 사망으로 피해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적으니 우선 치료비를 지원하겠다는 얘기"라며 "다나의원 피해자들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나 법원을 통해 피해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있으니 개인적으로 알아서 치료비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은 넌센스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로 최근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피해자들에게 열람을 허용한 감정서에 따르면 "의사의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과실과 피해자들의 C형간염 감염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면서도 만성C형간염 약제비 보상여부는 자연치료 여부, 혈중 바이러스의 존재 유무와 간염증 수치를 감염 추정시기로부터 6개월이 경과한 시점에 다시 확인한 후 최종 판단하겠다"고 기술되어 있다.
C형간염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되었어도 여전히 고가C형간염 완치율이 95%가 넘는 신약 두 종류는 5월 1일자로 건강보험 적용이 되었다. 그동안 환자들이 12주 치료를 위해 3000만 원을 내야 했다. 보험 적용으로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9백만 원 가량으로 줄었다. 이에 환자는 약값의 30%만 부담할 수 있게 되었지만 대책위원회는 "9백만 원이라는 금액은 여전히 부담이 되는 금액"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