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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와영희
비가 그치고 난 도시에서는 무엇이 바뀔 만할까요? 도시에서는 시골과 달리 개구리 노랫소리라든지 싹이나 풀이 우거진다든지 바람결이 사뭇 달라진다든지 하는 날씨를 알거나 느끼기는 쉽지 않으리라 느껴요. 그렇지만 도시에도 나무가 있고 골목밭이 있어요. 공원에서 돋는 풀에 풀벌레가 있고, 꽃가루를 찾는 벌하고 나비가 드문드문 날아요.
<조영권이 들려주는 참 쉬운 곤충 이야기>(철수와영희, 2016)를 아이들하고 함께 읽습니다. 아이들은 우리 집하고 마을에서 으레 마주치는 풀벌레 이름을 알고 싶습니다. 나도 우리 집하고 마을에서 자주 만나는 풀벌레마다 어떤 이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름만 안다고 해서 풀벌레를 안다고 하기는 어려워요. 이름뿐 아니라 한살이를 알아야 하고, 한살이를 넘어서 이 풀벌레가 짝을 짓는 결이나 알을 낳고 흙밭에서 어떤 일을 하는가도 찬찬히 알 수 있어야지 싶어요.
'곤충은 1차 생산자인 식물을 먹고 자신은 더 큰 동물에게 잡아먹히며 에너지를 순환시키는 역할을 해.' (47쪽)'나비 무리는 몸통에 비해 날개가 유난히 크고, 날개는 털로 덮여 있으며, 애벌레 시기에 입으로 실을 토해 낼 수 있는 곤충이야.' (76쪽) 밭둑이나 마당 한쪽에서 들풀을 뽑아서 뿌리를 하늘로 보도록 해서 눕힐라치면, 언제나 온갖 풀벌레가 가득합니다. 밭을 갈 적에는 지렁이뿐 아니라 쥐며느리와 집게벌레와 달팽이에다가 아직 안 깨어난 풀벌레 알이 잔뜩 있어요. 조금 큰 돌을 들어서 옮길 적에는 으레 개미가 바글거려요. 아차, 또 개미집을 건드렸네 싶다가도, 개미들은 저희 집 뚜껑으로 삼던 돌이 사라지면 어느새 새로운 곳을 찾아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일구어요.
그런데, 시골살이를 하면서 풀벌레하고 흙이 어떻게 얽히는가 하는 대목을 좀 새롭게 바라봅니다. 무엇보다도 '흙이 살아서 숨쉰다'고 하는 데에는 풀벌레가 많아요. '흙이 메마르거나 죽었네' 싶은 데에는 풀벌레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까무잡잡하면서 구수한 냄새가 나는 흙에는 수많은 풀벌레하고 흙벌레가 어우러져요. 허옇거나 시뻘건 흙에서는 풀벌레나 흙벌레를 좀처럼 찾아보지 못해요. 왜 그러한가 하고 여러 해에 걸쳐서 살펴보았는데, 풀벌레나 흙벌레는 가랑잎이나 마른 풀줄기나 풀잎을 갉아먹기도 해요. 마른 잎을 좋아하는 풀벌레나 아주 작은 벌레(이른바 미생물)가 마른 잎을 흙으로 천천히 바꾸어 주고, 이 자리에 '조금 큰 풀벌레'가 찾아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