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장짜리 여론 수렴, 이 방법이 최선인가요?
계대욱
(도대체 어떻게 참조하라는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참조하라고 준 것 같은 '사업지 및 주변지역 생태계 주요 조사결과'라는 한 장짜리 종이에는 (이것마저 나중에 받았습니다만) 사업지구가 어디인지, 조사 주체는 어디인지, 아무런 정보도 없습니다.
이런 한 장짜리 사업 설명 자료를 딸랑 내밀고, 그 자리에서 의견을 구한다니, 참 신기방기 합니다. 이렇게 수많은 단체를 찾아가서 의견을 '수렴'했다고 대구시에 인허가 신청을 할 것을 생각하니 아득해집니다.
일단 검토하겠다고 돌려보낸 후 당최 궁금해서 전화를 했습니다. 서류에는 전화번호도 없어서 업체를 검색으로 찾아서 연락했습니다. 담당자는 지역의 시민단체, 환경단체 30여 곳에 이런 방법으로 의견 수렴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업지 및 주변지역 생태계 주요 조사결과'의 조사 주체는 본인들이고 6개월간 조사했다고 합니다.
'친환경'만 붙인다고 '친환경'이 되는 건 아니지 말입니다
두 장의 서류에는 정확한 사업명이 없습니다. '팔공산에 친환경 케이블카를 설치하고자' 한다는 표현만 있을 뿐입니다. 이는 공산케이블카 사업으로 대구 동구 진인동 갓바위 집단시설지구와 갓바위 근처 노적봉(해발 891m) 아래를 잇는 1.3km 규모입니다.
작년에 '갓바위' 케이블카 사업으로 부각되어 여론의 반대에 부딪히자 '갓바위'를 지우고 '친환경'을 붙여서 진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도립공원 팔공산 갓바위에 케이블카를 지으려 할 때마다 대구시와 문화재청이 불허했던 것은 환경 훼손, 문화재 훼손, 자연경관 훼손 등의 이유가 너무나도 명백하고 자명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계명대학교 생물학과 김종원 교수는 "케이블카 추진 구간의 능선은 취약 자연생태계로 수많은 야생동물들이 들락날락하는 길목이자 이동통로이고, 민감한 서식처이기 때문에 케이블카 건설로 당연히 파괴될 수밖에 없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최신 공법을 이용하고 환경친화적 자재를 쓰더라도 한 번 훼손된 자연은 결코 되돌릴 수 없습니다.
불투명한 경제성 부풀리기는 그만교통안전공단과 한국삭도협회 시설 현황을 보면 2014년 12월 기준 국내 가동 중인 케이블카는 모두 45곳이고, 이 중 관광용 케이블카는 21곳입니다. 여기서 수익을 내는 곳은 통영 한려수도 케이블카와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 두 곳 정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적자에 시달리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어찌된 노릇인지 케이블카 사업은 항상 경제성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앞세웁니다. 갓바위 케이블카 사업도 이 막연한 기대심리를 부풀리기만 할 뿐, 구체적인 경제성 평가나 근거를 바탕으로 사업의 타당성을 논의하는 과정은 없었습니다.
또한 안전상의 문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갓바위 정상은 더 이상 가용할 수 있는 면적이 없을 정도로 붐비는 공간입니다. 지금도 그 협소한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발 디딜 틈이 없는 상황에서 근처에 케이블카가 생기고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유입된다면 어떻게 될지, 최대 수용 인원에 대한 예측과 안전에 대한 사항도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