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박근혜 대통령과 언론사 편집 보도국장 오찬 당시 모습.
청와대
김영란법은 공직자와 언론인, 교사는 직무 연관성이 없더라도 100만 원 이상 금품을 받아선 안 되고, 100만 원 이하라도 직무 연관성이 있으면 형사 처벌이나 과태료를 받을 수 있다. 일정 금액이 넘는 고가 선물이나 향응, 골프 접대도 예외는 아니다. 이에 경제계와 일부 언론사들은 당장 골프장이나 유흥업소, 선물, 화환 관련 업체의 매출 감소를 앞세워 '김영란법=내수 위축'이란 공포감을 조성해왔다
<매일경제>는 27일자 사설에서 "농수축산업계와 소상공인들은 이 법으로 인해 생존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며 시행 연기와 예외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면서 "부패척결이라는 명분도 중요하지만 내수를 얼어붙게 만들 소지가 크다면 박 대통령 말처럼 국회 차원에서 서둘러 손질해야 한다"고 밝혔다.
'접대비 실명제' 효과도 일시적... 고급 유흥업소용 주류에 영향
과연 김영란법이 '내수 위축' 나아가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것일까? <오마이팩트>에서 과거 '김영란법'과 같은 부패방지제도 도입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검증했다.
지하경제나 공공 부문 부패를 방지하는 제도를 도입할 시행될 때마다 경제계와 일부 보수 언론에선 "소비 위축을 심화시켜 경제 활성화에 장애가 된다"고 비판했다. 지난 2001년 도입한 부패방지법이나 지난 2004년 이른바 '오세훈법'이라 불리던 '정치자금법 개정안'도 마찬가지였다. (관련 기사 :
'오세훈 법'에 끙끙 앓는 정치권의 말 못할 속내)
과연 이같은 부정 부패 방지 제도들이 우리 경제와 내수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까? 하지만 부패방지법이나 '오세훈법' 때문에 내수가 위축됐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찾을 순 없었다.
다만 비슷한 시기 기업에서 접대비를 50만 원 이상 지출할 때 사용 목적이나 대상자 등을 기록하도록 한 '접대비 실명제'는 접대비 감소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04년 1월 접대비 실명제를 도입한 뒤 접대비 총액이 5조 4천억 원대(2004년 국세통계연보 기준)에서 2005년 5조 1천억 원대로 5% 정도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반짝 효과였을 뿐 이후 접대비 총액은 계속 늘었고, 그 영향도 룸살롱, 단란주점 같은 고급 유흥업소들에 머물러 오히려 '지하경제 양성화'에 기여하기도 했다.
국세청이 지난 2004년 2월 발표한 '접대비 실명제 1개월 평가'에 따르면 그해 1월 백화점 상품권 기업 특판 매출과 고급 위스키 등 유흥업소용 주류 매출이 전년보다 줄었지만 전체 상품권과 주류 매출은 2003년 신용카드 사태부터 이어진 감소 추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그해 1월 민간소비 위축 역시 전년부터 이어온 경기 침체 여파지, 접대비 실명제 때문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2002년 기준 민간소비 지출액(약 358조 8천억 원)에서 접대비(약 4조 7천억 원)가 차지하는 비중이 1.3%이고 건당 50만 원 이상 접대비(약 2조 2천억 원 추정) 비중도 0.6%였는데, 50만 원대 이상 접대비 지출액이 10% 줄더라도 민간소비 지출에 미치는 영향은 0.06%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오히려 "접대 실명제로 건전한 접대 문화와 투명 경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시차' 때문에 일시적으로 소비 감소를 가져올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증대되어 소비 진작과 국민경제의 성장 잠재력 확충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는 '내수 진작'을 앞세워 접대비 실명제를 없앴다. 하지만 지난 2011년 코스피 상장기업 접대비 감소폭은 15%로 2004년 -6.7%보다 2배 이상 컸다(한국신용평가 자료). 대기업들이 경기 불황으로 접대비를 크게 줄이면서 한때 기업당 5억 8천만 원대까지 치솟았던 접대비가 4억 9천만 원대로 뚝 떨어졌다.(참고자료: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접대비 현황과 정책 과제', 2013년 4월 15일)
"부패 수준 OECD 평균만 돼도 경제성장률 0.65%P 상승 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