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고수리 작가.
고수리
- 첫 책인데, <인간극장> 출신 방송작가의 책이라는 게 많이 알려진 것 같다."방송작가 일은 2012년 시작했다. 4년 정도. 그 중 1년 반 동안 <인간극장>에서 일했다. 말이 좋아 방송작가지 사실 막내 작가였다. 그 전에 광고회사 피디를 했는데, 성취감이 없고 재미가 없었다. 다들 말렸지만, 더 늦기 전에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서 회사를 그만뒀다. 방송작가가 되고 월급은 반 이상이 줄었지만(웃음) 좋은 경험이었다."
- 어떤 책인지 좀 소개해 달라."삶의 모습들을 진솔하게 써내려간 일기 같은 글이다. 별로 특별할 것 없는 우리 삶에도 드라마가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 책에는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봤을 법한 일상 속 에피소드, 친구들과 함께 했던 추억들, 엄마와 딸 사이의 뭉클한 이야기들이 있다. <인간극장> 작가 생활을 하며 만났던 사람들 이야기도 있고. 모두가 소소하지만 소중한 우리 삶의 풍경들. '아! 나도 그랬는데'라며 찔끔 눈물 흘리거나, 빙그레 웃을 수 있는 그런 글들이다."
- 책에 실린 글은 방송작가를 그만 두고 쓰기 시작한 건가."새로 쓴 것도 있지만, 스무 살 무렵부터 개인 소장용(?)으로 써놓은 글이 있었다. 남에게 보일 글은 아니었다. 마음이 힘들어서 쓴 글, 스스로 극복하기 위해 쓴 글들이었다. 그걸 공식적으로 처음 오픈한 게 '브런치'였다. 브런치는 글을 올리기 전에 작가 승인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 '작가'라는 타이틀이 주는 느낌이 좋았다. 그래서 30일 동안 매일매일 글을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뭘 쓸지 모르지만 매일 쓰는 글이니, 일단 '그녀들의 요일'이라고 콘셉트를 잡고, 월요일에는 커피, 화요일에는 컴퓨터 뭐 이런 식으로 매일 썼다. 더 쓸 게 없다고 생각하다가도 또 쓸 게 생기더라. 그렇게 총 100여 편이 넘는 글을 썼고 그 글들이 대부분 책에 실렸다."
- 열심히 쓴 성과가 있었던 것 같다. 브런치 북 프로젝트에서 금상도 받고, 책도 나오고."브런치 북 프로젝트 대상은 지정 출판사와 계약을 맺는데, 금상은 아니었다. 그래도 글을 올리면서 출판사 몇 군데에서 책을 내보자는 연락이 왔다. 몇몇은 미팅도 했는데 그 중 첫눈출판사에 가장 마음이 갔다. 처음 편집자 미팅하던 날, 편집자가 내가 쓴 글에 대한 감상을 일일이 적어 왔더라. 좋았던 글,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었는지, 책으로 이렇게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의견까지. 정성이랄까, 출판사를 선택하는 데 있어 그 마음이 제일 컸던 것 같다. 그거 하나 믿고 시작했는데, 책 만드는 과정이 굉장히 재미있었다."
- 그런 편집자 만나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감사한 일이다. 무명 작가가 처음 내는 책인데, 내 의견을 정말 많이 반영해 주셨다. '작가님에게 좋은 책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면서. 사실 처음이자 마지막 책이 될 수도 있지 않나. 개인적으로 엄마에게 보여줄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엄마 이야기를 많이 넣었다. 편집자나 저나 둘 다 서툴지만 하고 싶은 거 다 해보자는 그런 공감이 있었던 것 같다."
- 작가도 말했듯 이번 책은 고수리 작가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고수리 작가 엄마 이야기로도 읽혔다."엄마는... 내가 글을 쓰는 원동력이다. 처음 제 이야기를 글로 쓴 것도 아빠와 헤어지고 살던 곳을 떠나게 된 풍경에 대한 것이었다. 엄마가 좀 더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엄마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써서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엄마를 위해 살았던 것도 있고 엄마가 슬퍼하는 게 싫었으니까. 취업 준비할 때, 왜 하고 싶은 일을 못하고 돈을 벌어야 하나 싶다가도 엄마가 없으면 내가 없다는 생각으로 버텼다."
- 엄마도 작가의 꿈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책에 이런 대목 있잖나. '엄마는 매화야, 매화는 춥게 살아도 그 향기를 팔지 않아. 그러니 딸 가난하게 살아도 네 마음을 팔지는 마', 이런 말을 해줄 수 있는 엄마가 많지는 않을 것 같다."엄마가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화장실에도 책이 쌓여 있을 만큼. 문학소녀셨는데, 집안 사정으로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그럼 감성이 살아 있다. 시를 적어서 벽에 붙여 놓고 한지에 시 적어서 커튼으로 활용하고. 애초 브런치에 글을 쓸 때는 엄마에게 말을 하지 않았다. 출판계약을 하고 나중에야 말씀을 드렸더니 좋아하셨다. 법정 스님이나 박완서 작가를 무척 좋아하시는데 그분들처럼 '삶에 대한 이야기'를 쓰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외할머니 이야기를 쓴 자작나무 글은 엄마가 제안해서 쓸 수 있었다."
"비로소 다른 사람 이야기에 관심... 평생 글 쓰며 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