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으로 귀농해 유정란 생산하며 억대 매출올리고 있는 김진환씨. 부끄러워서 뒷모습만...
박미경
귀농 9년 차인 김진환·심경아 부부는 화순군 춘양면에서 '향상농장'을 운영하면서 2000여 마리의 닭을 방목해 키우며 '흙 사람들' 자연란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서울토박이인 김진환씨는 매일같이 반복되는 직장인으로서의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귀농을 결심했다. IT업계에서 일하며 능력을 인정받아 젊은 나이에 억대 연봉을 받았지만 허무했다고 한다.
그때 문득 지독하게 가난했던 시절의 꿈이 생각났다, 버림받은 아이들을 데려다가 키우겠다는 꿈.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렸으니 앞으로는 주변을 돌아보며 하고 싶은 일, 즐겁고 재미있는 일을 하며 살고 싶었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아이들이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나 자연과 벗 삼으며 조금 더 자유롭고 다양한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귀농을 결심하고 사표를 던졌다.
아내 심경아씨의 반응은 "NO!"였다. 30대 중반도 안되는 나이에 억대 연봉을 받으며 모든 것이 풍족한 도시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낯선 시골살이를 하자는 남편이 이해되지 않았다. 곧 중학교에 입학할 아이들의 진로문제도 걱정됐다.
설득 끝에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귀농 시기를 늦췄다. 하지만 남편 김진환씨의 마음은 시골로 향해 있었고, 2년여간 '쉼'을 계속하는 남편을 보며 더 이상 도시에서의 삶은 의미가 없겠다 싶어 귀농 시기를 앞당겼다.
심경아씨는 "아이들 고교 졸업 후로 귀농 시기를 늦춘 후 남편이 세계적인 기업에 입사했다, 그런데 두 달 만에 사표를 던지는 남편을 보면서 '내가 졌다' 생각했다"라면서 "당시 가지고 있던 것들을 포기하는 것이 아까웠지만 지금은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진환씨는 귀농을 구체화하면서 직거래와 연중 생산이 가능한 품목이 무엇인지를 놓고 고민한 끝에 달걀을 생산하기로 했다. 대농 위주의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직거래를 통해 고객들과 꾸준히 소통할 수 있는 데다 다양한 농축산물을 꾸러미 형식으로 만들어 고객들에게 판매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김진환·심경아 부부는 그 매개로 달걀을 선택한 것이다.
부부의 농장은 무항생제·동물복지인증 농장이다. 향상농장의 닭들은 산기슭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풀이며 곤충을 잡아먹고, 부족한 양은 황토와 버섯배지, 쌀겨, 구운화석, 왕겨, 토착미생물 등으로 만든 황토발효사료로 채운다. 항생제도 맞지 않는다.
부부의 다짐... '2년에 한 명씩 입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