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즈버러 참사 진상 규명 평결을 알리며 희생자 96명을 추모하는 리버풀 공식 트위터 갈무리.
리버풀
1989년 영국 셰필드의 힐즈버러 경기장에서 96명의 축구팬이 목숨을 잃었던 참사가 27년 만에 사고가 아닌 국가의 잘못으로 결론 났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각) 영국 리버풀 인근의 워링턴 법원에서 열린 힐즈버러 참사 진상 규명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당시 참사의 원인이 팬들의 잘못이 아닌 경찰의 과실치사라고 평결했다.
참사의 진실을 27년 만에 뒤집는 평결이 내려지자 전 세계 주요 외신은 이를 긴급 타전했고, 법원에 모인 유족들은 "마침내 정의가 이뤄졌다"라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리버풀의 응원가 '너는 결코 혼자 걷지 않는다(You will never walk alone)'를 합창했다.
축구팬들 잘못이라던 경찰과 언론
세계 축구 역사의 대표적인 참사로 기록된 이 사건은 1989년 4월 15일 영국 중부 셰필드의 힐즈버러 경기장에서 열린 노팅엄 포레스트와 리버풀의 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 준결승에서 벌어졌다.
당시 엄청난 관중이 몰리면서 경기장의 수용 인원을 넘어서는 축구팬이 입장했고, 경찰은 평소보다 출입문을 늘렸다.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관중석 앞쪽에 있던 축구팬들이 담장에 끼였고, 결국 96명의 리버풀 원정팬이 압사했다. 사망자 명단에는 10살 어린이도 있었다.
경찰은 책임을 회피하며 팬들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사로 결론 내렸다. 일부 팬들이 술에 취해 있었다거나 전과 기록도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며 잘못을 덮어씌웠다. 언론도 축구팬들의 훌리건(난동꾼) 행태를 비난하며 오히려 경찰과 구조대가 폭행을 당했다는 보도를 쏟아내며 여론몰이를 했다.
리버풀 축구팬들은 경찰의 지시에 따라 경기장에 입장했을 뿐이라고 항변했지만, 경찰과 언론으로부터 무시당했다. 마거릿 대처 당시 영국 총리도 경찰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며 공권력을 감싸기에 바빴다.
그러나 유족들과 리버풀 팬들은 '96명을 위한 정의'라는 이름의 캠페인을 시작하며 진상 규명에 나섰다. 경찰에 당시 사고를 기록한 관련 문서 공개를 요구했고,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긴 싸움이 시작됐다.
경찰의 직무 태만... 27년 만에 드러난 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