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을 탈출하는 방법>(좌),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우)
반비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대안을 성찰하고 상상하는 영역은 후속작인 <섬에서 탈출하는 방법>(조형근, 김종배 저)의 몫이다. 필자의 눈길이 가장 많이 간 부분은 기본소득에 관련한 장이다.
기본소득이란 자격심사나 노동에 대한 요구 없이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개별적으로 지급하는 조건 없는 소득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복지에 대한 담대한 상상이 금기시 되는 한국사회에서 기본소득은 먼 미래의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고용없는 성장의 현실화, 기술발전에 따른 일자리 감소, 비정규직화로 인한 '일하는 빈곤'의 증대, 노령화 문제 등으로 양극화가 심화되고 중산층이 붕괴되고 있는 모습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복지국가 시스템 자체가 위기에 처한 현실을 타계하기 위한 대안으로 유럽 선진국에서는 진작부터 보편적 기본소득제도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진행해 왔다. 스위스에서는 오는 6월 5일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국민투표가 시행된다. 만약 통과가 된다면 성인은 월 2500스위스프랑, 미성년자는 월 625스위스프랑을 수령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한신대 강남훈 교수의 연구결과를 보자. 연간 19세 이하 300만 원, 20~39세 400만 원, 40~54세 500만 원, 55세 이상 600만 원을 지급하는 기준으로 215조가 들고, 여기에 무상의료와 무상교육 35조를 더하면 총 250조가 필요하단다.
강한 조세 저항을 고려하여 일반근로소득세, 부가세, 심지어 법인세까지 건들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증권양도소득세와 토지세를 신설하고, 이자/배당 소득에 30% 과세, 환경 관련 세금을 환경세로 통합하여 선진국 수준으로 인상, 연금은 기본소득으로 전환, 전자상거래 의무화를 통한 지하경제 세원 포착 그리고 국방비 30%를 절감하면 254조를 거둘 수 있단다.
이런 과세 정책은 명분도 있다. 노동에 기초하지 않는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 생태환경을 파괴하면서 비용을 물지 않는 이익에 대한 과세, 불법적 지하경제에 대한 과세는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 결국 핵심은 정치의 문제이다.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과 <섬을 탈출하는 방법>은 2013년 하반기에 팟캐스트 '김종배의 사사로운 토크'에서 방송된 내용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앞의 책이 경제학 대가들의 고전에서 공동체의 행복을 묻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다면, 뒤의 책은 자본주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역사적 노력과 대안적인 실험에 대한 성찰로 구성되었다.
연작이라 할 수 있는 두 책에서 일관되게 주장하는 핵심은 '인간은 이기심을 가진 존재이지만, 또한 이타적인 존재라는 사실'이다. 주류 경제학과 지금의 시장경제를 주도하는 이들의 논리는 '이기적 존재'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이기심에 대한 과잉이 강의실의 학생들처럼 삶의 양식에 대한 사고를 경직되게 만들었고 스스로 그런 질서를 내면화하게 했다.
갈수록 살기 어려워지고 험한 바다에 외로이 떠있는 섬처럼 고군분투 하고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는 담대한 상상이 아닐까 싶다. 담대한 상상이 당연한 현실이 될 때 우리는 각자도생의 냉혹한 세상에서 협력과 연대로 함께 살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 - 경제학 고전에 공동체의 행복을 묻다
조형근.김종배 지음,
반비,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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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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